[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국민 부담 커...법 개정 빨리 돼야"

2024-11-19 16:13
정부, 법 개정 불발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 3년째 '동결'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좌장을 맡은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한 것은 현실화 로드맵 폐기가 국회의 벽에 가로막혀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진 데 따른 임시 조치다. 다수 전문가들은 국민의 세 부담이 증가하고 부동산 시장 변동에 따라 공시가격이 거래 가격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19일 "(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지역별로 가격 편차가 있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었기 때문에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번 '동결' 조치는 다수당 협조를 구하지 못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평가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보유액에 따라 세 부담을 공평하게 지우겠다며 2020년 부동산공시법을 개정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아파트는 2030년까지,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9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정책으로 국민의 세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아파트 시세가 하락했음에도 세액은 늘어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자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를 약속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급격하게 올림으로 인해 국민의 조세저항이 있다 보니 이번 조치는 국민 의견을 좀 더 반영한 결과라고 본다"면서도 "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조속히 법을 마련해야 된다"고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동결돼도 시세는 반영되기 때문에 지역별·단지별로 올해 집값 변동분만큼 보유세가 오르거나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미국 IAU 교수) 소장은 "서울은 20~30% 정도 보유세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행정자료에 기초가 되는 기준을 매년 업데이트하고 바꾼다는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보유세 부담 증가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지 대체로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고 신축 아파트일수록 세 부담이 있을 수는 있지만 파장이 클 정도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유자들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보유세가 부과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폐기를 두고 조세 형평성 훼손과 함께 감세 혜택이 고가 주택 소유자들에게 집중되는 ‘부자 감세’라는 논란도 제기된다. 이에 무조건 폐기가 능사가 아니라 적정한 가격 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싼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만큼 세금을 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공시가격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다"며 "공시가격 평가 대신 시가를 평가하고 세율을 조정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