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돌아온 트럼프, 베트남 경제에 던지는 위험과 기회
까다로운 '국제 표준 충족'해야 떠오르는 대안국으로 부상할 수 있어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강력한 경제 및 무역 정책을 내세운 '스트롱맨'의 귀환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이미 1기 정부 시절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중국과 무역 전쟁을 시작하고 국제 무역 흐름을 변화시키는 등 글로벌 공급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2기 들어서도 한층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의 동남아시아 주요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인 베트남 역시 각종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미·중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 무대에서 베트남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재집권할 경우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고관세 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통해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베트남을 포함해 미국과의 무역 흑자가 큰 국가를 염두에 두고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현재 대미 무역흑자 3위 국가로, 트럼프 정부의 주요 규제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판민호아 경제학 박사는 이와 관련해 "베트남이 무역 사기 및 상품 원산지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이러한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미국은 원산지 위조를 이유로 베트남산 철강에 400% 넘는 세금을 부과한 적이 있는데, 이는 원산지 및 제품 표준에 대한 규정 준수와 관련해 베트남 수출 기업들에 큰 교훈이 됐다.
이처럼 무역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것은 미국과 지속 가능한 무역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위험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차이나 플러스원(+1)' 전략에 따른 기회도 있다. 이는 미·중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전환하는 추세를 말한다. 중국과 가까운 전략적 위치, 유리한 투자 환경 및 경쟁력 있는 인건비로 인해 베트남은 이미 대체 생산지를 찾는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삼성, LG, 인텔 등 대기업들의 투자는 베트남이 산업 구조를 반도체 등 첨단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베트남에 15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최첨단 항공·우주 기술 분야에서 베트남에 큰 기회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첨단 산업 이외에도 섬유, 목재, 수산물, 전자제품 등 베트남의 주요 수출 산업은 중국을 '주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트럼프 2기에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섬유산업의 경우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시장 중 하나로 미·중 경쟁에 따른 반사 이익을 상당 부분 누리고 있다.
다만 베트남 기업이 미국의 철저한 무역 조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원자재의 품질과 원산지 측면에서 더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베트남 RMIT 대학의 팜티투짜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베트남 섬유 및 의류 기업들은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원료 원산지 및 공급망에서 더 높은 표준을 충족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이 트럼프 2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장기적인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제안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술 개발을 통한 부가가치 증대, 수출 시장 확대, 국제 표준 준수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쩐딘티엔 전 소장은 "베트남이 산업 구조를 가공 및 조립 단계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제조로 전환하는 동시에 반도체 및 전자부품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이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출 시장을 빠르게 확장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특히 중동, 유럽, 아프리카 지역 등이 베트남의 잠재 수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동의 경우 2023년 기준 베트남 수출액이 150억 달러(약 20조원)에 달하며 농산물과 경공업제품의 주요 수출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호아 박사는 더 많은 자유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무역 진흥을 촉진하는 것이 베트남이 이 분야에 더 깊이 침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또 다른 전략은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것이다. 호아 박사는 만일 베트남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 상품의 관세 도피처로 이용된다면 베트남 기업들은 미국의 무역 제재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략들은 베트남이 트럼프 2기의 보호무역주의 위험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베트남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장기적 정책 실행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 및 소통이 최우선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치는 트럼프의 귀환은 베트남 경제에도 많은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이 트럼프 2기에 올바른 전략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