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지구 지정돼도 살 집이 없는데...1기 신도시 성패 이주대책에 달렸다

2024-11-17 15:38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르면 이달 중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 사업의 첫 선도지구가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이주대책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이 시작되면 매년 대규모의 이주 수요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이주 로드맵 없이 사업이 진행될 경우 이주 수요가 인근 지역 임대차 시장으로 몰리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와 1기 신도시 지자체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중 1기 신도시 5곳에서 2만6000가구(최대 3만9000가구) 규모의 재건축 선도지구를 선정·발표할 예정이다. 지역별로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 4000가구 △중동 4000가구 △산본 4000가구 등이다. 지역 여건에 따라 각 지자체가 기준 물량의 50%를 추가로 지정할 수 있어 최대 3만9000가구까지 늘어날 수 있다. 2026년 이주를 시작해 2027년 착공, 2030년 첫 입주가 목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주대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청사진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당장 2027년부터 10년간 매년 2만~3만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데 구체적인 이주대책 마련이 미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토부와 1기 신도시 지자체들은 각 지역 유휴부지와 공공택지지구를 활용해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급증하는 이주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 이주 단지로 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 위치한 영구임대주택의 재건축 추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1기 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은 13개 단지 1만4000가구 규모로, △분당 5800가구(4개) △일산 2300가구(3개) △중동 1900가구(2개) △산본 3400가구(3개) △평촌 900가구(1개)다. 영구임대주택은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영구 또는 최장 50년까지 장기 임대로 거주하는 주택이다. 

이에 대해 기존 입주민의 주거안정성에 영향을 끼치는 등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서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과정에서 기입주자들의 주거이전이 급박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동일 생활권 내에 대체주택을 마련하고 이주하는 과정에서 기입주자들의 주거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주택 대비 동일 생활권 내에서 양질의 대체주택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비협조적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크게 줄어드는 점도 이주 대책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11만54가구(임대 제외)로, 올해(15만3728가구) 대비 약 28.4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16년(10만8016가구) 이후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공급 물량 부족 속에서 대규모 이주수요로 인해 전세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형석 우대빵 연구소(美 IAU교수) 소장은 "선도지구 착공 목표가 2027년이라면 적어도 2026년엔 집을 비우기 시작해야 해서 착공 시점에 전셋값을 자극할 수 있다"며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세부적인 대책과 로드맵을 상세히 설명하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연내 지역별 이주 대책이 담긴 기본계획을 세워 시장 혼란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신도시별 이주대책이 담긴 기본계획 수립을 완료하겠다"며 "최대한 많은 선도지구가 정비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