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수능 끝나자마자 '가짜 신분증' 논란…"위조해 드려요"
2024-11-14 14:33
"신분증 위조해 드릴 테니 수능 끝나고 즐기세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보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정부 24·패스(PASS) 앱에서 발급되는 모바일 신분증을 위조해 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저 2만원으로 위조 신분증을 손에 넣은 10대들은 유흥업소를 다니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술·담배를 사며 성인 행세를 하고 다닌다고 한다.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위조 신분증 거래를 검색해 본 결과 20개 이상 계정에서 위조 신분증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조 모바일 판매자 A씨는 "구매는 계좌 입금으로 가능하다. 모바일 신분증은 제작 기간이 1일 소요되며 금액은 많게는 2만원부터 30만원이다"라며 "대학 학위증은 47만원 정도다. 택배로 보내드린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들은 모바일 위조 신분증을 통해 유흥업소를 출입한다고 한다.
앞서 지난 6월 10대 청소년의 위조 신분증에 속아 술을 판매한 40대 자영업자가 약식 명령을 받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약식명령보다 낮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자영업자 B씨(47·여)는 지난해 11월 5일 0시쯤 광주 북구의 한 술집에서 10대 청소년 3명에게 소주 1병, 맥주 2병, 안주를 판매했다.
위조 모바일 신분증의 제작 기간은 빠르면 10분, 길면 하루 정도 소요된다.
위조 모바일 신분증이 확산하자 자영업자들의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C씨는 "수능이 끝난 당일이 너무 두렵다.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지만, 제 지인도 작년에 미성년자인 줄 모르고 술을 팔았다가 걸렸다"며 "위조한 아이들 빼고는 모두가 피해자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가 적발되면 △1차 영업정지 7일 △2차 영업정지 1개월 △3차 영업정지 2개월로 가중 처분된다.
◇ 가짜 신분증 구별 방법
그러나 2020년 이후에 발급된 주민등록증이라면 쉽게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1월 1일 이후 발급된 주민등록증의 경우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부분이 오톨도톨한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돋움처리로 인쇄돼 있다.
좌측 상단에 추가된 태극 문양은 빛의 방향에 따라 금색과 녹색으로 색상이 변하는 특수잉크가 적용됐고, 하단 작은 사진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와 생년월일이 번갈아 나타난다.
또 국번 없이 1382로 전화를 건 후 안내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13자리와 발급일자를 입력하면 정상적인 경우 등록된 내용과 일치한다고 안내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발급일자 불일치, 분실 중, 없는 주민번호라고 안내 받을 수 있다.
정부24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누리집 또는 앱에 로그인 후 성명, 주민등록번호, 발급일자를 입력하면 진위여부 확인이 가능하다.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 이용자의 주민등록증 진위도 정부24 앱이나 모바일 신분증 검증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사용하는 경우 공문서위조 및 행사에 해당돼 형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