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 "AI에 모든 산업 영향…5년내 인간형 로봇 혁신 이뤄질 것"

2024-11-13 20:05
양사 인연 공개…손정의, 엔비디아 3차례 인수 시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인공지능(AI) 서밋'에서 영상을 통해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대표이사(CEO)는 13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과 대담에서 인공지능(AI) 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로봇 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전망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재팬' 행사에서 진행된 손 회장과의 대담에서 AI 혁명을 '큰 파도'에 비유하며 "모든 산업이 영향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모든 업계, 나라에서 독자적인 AI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자신이 힘을 쏟고 있는 분야를 AI 로보틱스라고 밝히며 '퍼스널 에이전트'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일본의 문화와 행동 방식을 아는 전용 AI가 어릴 때부터 옆에서 인간을 돕는 의미라는 게 손 회장의 설명이다.

이날 대담에서는 양사의 인연도 재조명됐다. 황 CEO가 "상상해 보라. 소프트뱅크그룹이 우리의 최대 주주였다면..."이라고 말하자, 손 회장은 "세 번 (엔비디아 인수를) 시도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2016년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을 인수한 다음 날 사석에서 황 CEO에게 엔비디아 인수를 제안했다.

같은 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2016년 12월 엔비디아 주식을 약 5% 취득했다가 2019년 주가 급락를 견디지 못해 모두 매각했다.

2020년에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엔비디아에 암을 매각하는 대신 엔비디아 주식을 약 8% 취득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반독점 우려로 무산된 바 있다.

황 CEO는 "TSMC는 뛰어난 회사이지만 기업이 탄력성을 갖추려면 공급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과의 협력 의지를 밝혔다.

엔비디아는 AI에 핵심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하지만 생산은 대만 TSMC에 위탁하고 있다.

그는 또 일본 홋카이도에서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첨단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제조를 위탁할지 질문받자 "라피더스에 신뢰를 둔다"며 "그때가 온다면 명예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라피더스가 엔비디아의 미래 생산위탁 선택지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라고 닛케이는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정부 주도로 설립된 라피더스는 2027년 최첨단 2나노(㎚·10억분의 1m)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 CEO는 "일본 기업과 협력해 AI 혁명에서 우위를 취하고 싶다"며 "일본에 개발 거점을 개설하는 것은 환영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일본 기업을 지원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반도체를 탑재한 일본 최고 성능의 AI 슈퍼컴퓨터 공동 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반도체를 탑재한 DGX B200을 기반으로 제작되며, AI 통신망도 함께 구축할 예정이다.

황 CEO는 "앞으로 일본 전역에 걸쳐 AI 통신망이 구축될 것"이라면서 "기존의 통신 네트워크는 AI 네트워크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AI 정보 처리에서 데이터센터를 거치지 않고 휴대전화 기지국을 활용하는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을 가속할 계획이라고 NHK는 전했다.

황 CEO는 이날 "AI 혁신은 디지털에서 피지컬로 확산할 것"이라며 로봇과 AI를 조합한 기술 혁신의 진전도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5년간은 인간형 로봇 진화가 큰 진척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애니메이션 아톰, 건담 등을 언급하면서 "로보틱스 영역에서 일본보다 우수한 나라는 없다"며 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는 내용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AI에서는 거대기업이 아직 없고 지금은 리셋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라며 "로보틱스와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일본은 AI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