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두산 합병, 투자자 납득할 만한 명확한 근거 있어야"

2024-10-31 18:55
함 부원장 "최근 자본시장 이슈, 밸류업 정책에 어긋나" 질타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합병 관련 정정 신고서를 제출한 두산에 대해 특정 가치 산정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닌,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 산정 방식은 투자자들이 납득할 만한 상세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31일 열린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전날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두산로보틱스에 대해 "감독원은 주어진 심사 권한으로 두산 측에 상세히 공시하도록 요구했다"며 "최근 제출된 정정 신고서 관련해서는 추가 외부 평가와 관련해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되도록 면밀히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의 가치 산정 방식을 변경과 관련해 "금감원 권한이 가치 산정 방법을 정하지 않고, 정해서도 안 된다"면서도 "회사가 이를 정해서, 어떤 방법을 썼고, 왜 썼는지 등을 자세히 기술해 투자자들이 그에 따른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산이 채택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근거를 기술해야 한다"며 "두산이 채택한 주가 플러스 프리미엄 방법이 수익 가치 산정 모형에 부합한다는 근거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재했다고 요구했다"고 했다.
 
지난 21일 두산은 그간 금감원이 요구해온 정정 요구사항을 반영해 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공시에 따르면 두산은 기존 개편안에서 로보틱스와 밥캣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두산은 분할신설법인의 미래가치 평가 모델로 시가총액 방식을 유지했다. 대신 기준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에너빌리티-로보틱스 간 합병분할비율을 1대 0.031에서 1대 0.432로 높여 책정한 방식이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함 부원장은 두산 측이 제시한 '시가+경영권 프리미엄' 모델이 적정한지 묻는 질문에 대해 "가치 산정을 금감원은 할 수도, 해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상장법인 주식 평가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긴 하나, 금감원이 (특정 방식이) 옳다, 나쁘다고 할 수없다"고 했다. 이어 "회사는 어떠한 방법을 왜 썼는지를 자세히 기술함으로써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전날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두산로보틱스는 사업의 공정성 및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외 외부평가기관을 새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함 부원장은 "전날 올라온 정정건은 금감원이 정정 명령을 한 것은 아니고, 제3의 회계법인을 통해 합병 비율 산정 등에 대해 한번 더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어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방식·두산밥캣 합병 건에 대해 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함 부원장은 "상장법인의 공개매수, 합병 및 분할 등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를 보면 과연 상장법인의 이사회 멤버들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근거를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러한 문제는 현재 자본시장의 핵심 화두인 밸류업, 지배구조 개선 등 이슈와 맞닿아 있는데, 우리 자본시장의 수준 향상과 개혁 의지를 실현하고, 시장과 투자자의 기대에 어긋날 수 있어 결코 이를 간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