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MLCC 캐파 증설해야… 필리핀 생산법인 투자"

2024-10-31 07:57
30일 포항공대서 특별강연 진행
필리핀, MLCC 핵심 생산 거점
AI가속기용 FCBGA, 내년 본격 양산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30일 포항공대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30일 내년 투자 계획에 대해 "가동률이 높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캐파(생산능력)를 증설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이날 오후 경북 포항시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열리는 신소재공학부 대상 특별 강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필리핀 공장을 생각하고 있는데, 투자하면 (공장 완공 및 가동까지) 한 2년 걸린다고 생각했을 때 빨리 지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시장 수요 등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필리핀 생산법인의 MLCC 캐파 확대 계획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모바일, 가전, 컴퓨터,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로봇, 항공우주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하다. 

필리핀 생산법인은 삼성전기의 MLCC 핵심 생산 거점이다.

이번 캐파 확장은 인공지능(AI) 서버 및 전장용 MLCC 생산 확대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을 찾아 MLCC 공장을 둘러본 뒤 장 사장에게 AI와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AI 가속기용 첨단 반도체 기판(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공급 계획도 밝혔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으로,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 주로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에 적용된다.

장 사장은 "북미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 4곳 중 한 곳에 AI 가속기용 기판을 공급할 예정으로 올해 하반기 소량씩 양산하고 내년에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향후 엔비디아에 공급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장 사장은 "모든 고객과 일하고 싶은 게 꿈"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장 사장은 포항공대 신소재공학부 학생 150여명을 대상으로 AI, 전장, 휴머노이드 등 산업 메가트렌드와 삼성전기의 신사업 추진 현황 등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