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테무 진출로 비상 걸린 베트남 전자상거래업계

2024-10-31 06:00
베트남 상공부 "테무, 베트남에서 사업등록해야"···전자상거래 관리감독 강화

테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진=베트남통신사]

동남아시아의 주요 전자상거래 시장 중 하나인 베트남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한국 시장을 뒤흔들기도 했던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중 하나인 테무가 베트남에 본격 진출하면서다. 중국 PDD홀딩스그룹의 테무는 초저가 전략과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열풍을 일으키면서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베트남 기업은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과의 비용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은 여러가지 선택지를 갖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 정부와 당국은 공정성을 보장하고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며 국내 기업의 이점을 유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테무에서 아주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상품 [사진=베트남통신사]
 
테무, 베트남 진출과 동시에 열풍
이달 초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테무는 저렴한 가격과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으로 베트남 소비자들의 관심을 빠르게 끌고 있다. 테무는 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모델을 통해 많은 중개 비용을 절감하고,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배송할 수 있다. 하노이에 사는 레훙씨는 테무가 소셜 네트워크에서 많은 광고를 하면서 호기심이 생겼고, 단돈 7만1000동(약 3800원)에 판매되는 자동차 대시캠과 같이 믿을 수 없는 가격에 시험 삼아 써보고 싶다는 마음에 구매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테무는 다양한 가정 및 생활 용품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고 12만동(약 6500원) 이상의 주문에 대해 무료 배송을 진행한다. 호찌민시에 사는 빅프엉씨는 장식용 탑을 찾던 중 쇼피(Shopee)와 같은 다른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10만~15만동(약 5500~8000원)에 파는 제품이 테무에서는 5만동(약 2700원)에 판매되고 있어 결국 테무에서 구입했다고 말했다. 테무는 심지어 구매자가 첫 주문 시 최대 94%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제공하고 있어 베트남에서 빠르게 '테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 관리 목적으로 세관 검사를 하는 모습 [사진=베트남통신사]

하지만 테무의 등장은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여러 선택지를 제공함과 동시에 베트남 국내 기업, 특히 중국 수입품에 의존하는 소매업체에게는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정, 개인 및 애완동물 관리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베트남 브랜드 줄라이하우스의 쩐럼 최고경영자(CEO)는 "테무가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중국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중국 수입품을 판매하는 베트남 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테무의 등장으로 인해 베트남 판매업체들은 가격 외에도 기술 및 물류와 같은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테무는 다양한 상점의 주문을 결합하여 단일 패키지로 배송할 수 있지만 베트남 국내 플랫폼은 아직 이러한 서비스를 수행할 수 없다. 

제품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킨다. 베트남 전자상거래업체들의 경우, 중개인이 없는 판매 모델과 많은 '노브랜드' 제품으로 인해 많은 품질과 애프터 서비스를 보장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늦은 배송, 품질 문제 등이 주요 문제로 지적됐고 심지어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화학 물질이 포함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점차 저가 제품에 대한 신뢰를 잃고, 보다 평판이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갖춘 제품을 찾는 방향으로 전환함에 따라 베트남업체들은 더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호득퍽 베트남 부총리 겸 재정장관 [사진=베트남통신사]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 대한 베트남의 대응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베트남 정부도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우선 테무가 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나섰다. 베트남 상공부와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경제국은 테무가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고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며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려면 규제 기관에 사업을 등록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응우옌신녓떤 상공부 차관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값싼 상품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테무와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검사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경 간 전자상거래 제품에 대한 세금 및 수입 수수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등 금융 대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득퍽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은 관세총국에 테무를 대상으로 한 세금 조사 등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시장 점유율을 위해 가격을 덤핑할 수 있는 기업의 불공정 경쟁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반덤핑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사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해외 전자상거래업체들로부터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향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영세 기업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테무를 금지하기도 했다.

테무의 베트남 진출은 시장에 기회와 도전을 모두 가져오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 발전의 분명한 신호다. 저렴한 가격 전략과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테무는 전례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제품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소비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이점과 함께 베트남 국내 기업 및 규제 기관들의 과제도 생겨났고, 베트남 정부는 국내 기업을 위한 공정한 경쟁의 장을 조성하기 위해 통제 및 관리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테무의 발전은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관리하고 해외에서 값싼 제품이 유입되는 것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각국에 교훈을 준다. 소비자와 국내 기업 간 이익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조세 규정, 제품 품질 기준 및 소비자 보호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