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K-반도체 왕좌' 반납 굴욕

2024-10-27 17:00
31일 삼성전자 3분기 사업부문별 실적 발표
증권가 3분기 DS부문 영업익 4조원대 예상
SK하이닉스에 연간 영업익 추월 당할 듯

삼성전자가 이달 31일 3분기 부문별 실적을 공시한다. 사진은 지난 8일 3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한 날, 직원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K-반도체 왕좌’ 자리를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삼성전자가 이번주 3분기 부문별 실적을 공시할 예정인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이익이 4조원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게 증권가 예상이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SK하이닉스는 분기 최대인 7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반도체 겨울론’이 무색하게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달 31일 3분기 부분별 실적을 공시한다. 앞서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잠정 실적 공시하면서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바 있다. 영업이익 역시 10조원대 아래로 떨어지며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3분기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 당시, 이 회사의 DS부문이 3분기 4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수요가 둔화하는 레거시(범용) 메모리 비중이 크고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의 최대 수혜주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비중은 낮은 편이다. 여기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가 이어지면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990년대부터 글로벌 메모리 시장 왕좌 자리를 지켜왔던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도가 뒤집힌 모양새다.

유진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2014∼2022년 9년간 누적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가 201조원, SK하이닉스가 75조원으로 양사 간 3배에 가까운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AI 프로세서와 함께 HBM이 시장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SK하이닉스가 강점을 내세워 빠르게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라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사이, 삼성전자 DS사업 실적이 부진을 겪으면서 양사 간 변화가 생겼다”며 “기업의 전략적 대응의 성공과 실패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에도 2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1조9100억원)을 넘어섰다. 두 기업이 흑자를 낸 분기 기준으로 보면 SK하이닉스의 두 번째 ‘역전’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DS부문은 올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에서도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5조3845억원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8조3600억원이다. 3분기 영업이익을 시장 전망치 4조원대로 계산해 보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조원대 안팎이 예상된다.

한때 ‘국민 대장주’로 불렸던 삼성전자 주가도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4.23% 내린 5만 66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지난해 1월 3일(5만 5400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역대 최장인 32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