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北 러시아 파병과 우리의 대응조치는?

2024-10-26 08:01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최근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특수부대 3,000명을 파병했으며 오는 12월까지 총 1만명의 병력을 보낼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지난 23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매우 심각한 문제다. 유럽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라고 언급하였다. 현재 세계 각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을 부인하지 않은 채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북한도 러시아 파병 사실을 간접 시인하였다. 최근 북한은 눈에 띄게 도발 행위를 자행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향해 협박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9월 13일 고농축 우라늄 제조공장에 이어, 10월 23일 전략미사일 기지를 시찰하였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 내부 사진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또한, 김정은은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 도로·철도를 폭파하였으며 서울을 표기한 군사작전 지도를 펴놓고 “대한민국은 타국이며 적국이다. 물리력을 거침없이 사용하라”라고 지시하였다. 10월 24일에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GPS가 달린 북한 쓰레기 풍선의 내용물이 떨어졌다. 지난 7월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일어났던 도발 사건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하여 핵무기·ICBM 과시와 함께 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한반도와 우크라이나에서 긴장감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지난 6월 체결한 북·러 조약 제4조 항을 명분으로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 병력을 보낸 것이다. 말 그대로 북·러 군사동맹이 실천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 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러시아군의 참전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북·러 조약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러시아가 한반도 전쟁에 자동으로 개입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한반도 정세가 점점 더 복잡해 지고 있다.
 
김정은이 러시아 파병으로 무슨 실익을 가져갈지 파악해보자.
 
김정은 정권은 러시아 파병에 따른 대가로 수억 달러 이상의 외화벌이를 하는 것이고, ICBM·정찰위성·핵잠수함 등에 관한 첨단 군사기술과 첨단무기를 이전받을 수 있다는 이점을 얻는다. 현재 북한은 핵·ICBM 고도화를 위해 많은 자금이 절실하며 경제난을 해결할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은 대규모 파병이라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파병군인 가족들의 동요와 불만을 막기 위해 따로 집단이주시켜 격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 병사들이 전투경험을 쌓을 수 있는 반면에 러시아는 북한 병사들을 용병으로 활용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시 승기를 잡기 원한다.
 
북한과 러시아는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고 미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 유리한 국제정세를 조성하고자 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공교롭게도 미 대선이 눈앞에 있는 시점에서 실행되었다. 현재 트럼프와 해리스 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중동에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하마스·이란에 강경하게 대응하여 중동전쟁이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이는 해리스 후보와 바이든 정부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져 결국, 미국 민주당 정부를 곤경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김정은과 푸틴은 한반도와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국제정치 상황을 만들기 위해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길 바라고 있다. 판을 크게 벌여 실리도 챙기고 차기 미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담판 짓겠다는 속셈이다.
 
북한은 핵 위협을 통해 한반도에서 위기상황을 만들어 왔으나, 이제 싸움판을 한반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넓히고 동맹국인 러시아와 함께 ‘미국·서방국가들과 대결하겠다’라는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 대리전이 되어 왔다. 차기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핵 위협에서 명쾌한 해법을 찾기가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은 중동, 우크라이나, 한반도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 보다 민주주의 가치를 지닌 국가들의 단합된 결속력이 필요하며 모범답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지혜가 필요하다.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에 “풍선의 군사적 활용법을 전수해 주었다”라는 소식이 있었다. 깜짝 놀랐다. 북한이 지난 1년간 한국을 향해 쏟아부었던 쓰레기 풍선은 심리전뿐만 아니라 ‘군사적 목적’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 차례씩이나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북한 풍선이 떨어졌다. 이는 우리나라 방공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이 고무풍선에 쓰레기 대신, 생화학테러 무기나 폭발물을 매달고 한국에 보냈다고 상상해보자.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다. 우리 군은 반드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며 확전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북한이 포탄·미사일과 병력을 충족시켜 주고 있으며, 나토국가들도 그에 상응하게 대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 2.0 정부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의지에 따라 종전될 소지도 배제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평소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다”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복잡한 협상 게임이 될 것은 분명하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앞으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자. 김정은이 핵과 푸틴의 군사적 지원을 과신하여 한국을 향해 더욱 도발적인 행동을 감행할 것이다.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각종 첨단 군사기술을 지원받아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UN의 대북제재를 받는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것은 국제질서를 깨트리는 불법적인 도전행위이다. 김정은의 모험적인 군사행동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북·러 군사동맹이 현실로 나타난 가운데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 비핵화는 의미 없다. 종결된 문제다”라고 말하고 있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이 더욱 힘들게 되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파병된 북한군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북한 병사들의 동요와 탈영이 발생하고, 북한에 있는 파병 가족과 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사들은 사실상 김정은의 외화벌이를 위한 ‘총알받이’이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김정은의 독재정권을 유지하는데 오히려 독약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 해결방안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대북제재시스템인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을 통해 김정은 정권을 더욱 압박하고 우방 국가들과 협력하여 대러시아 제재방안도 찾아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물론 차기 미 정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해야 한다. 북·러 군사협력 진전에 따라 대응조치를 격상시켜야 할 것이다. 국민 안전을 위한 자위권 확보 차원에서 차기 미 정부에 주한 미군의 전술핵 배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러시아에 파병된 MZ 세대 북한 병사들을 대상으로 심리전을 사용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의 취약점은 북한 병사와 주민들이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한류를 체험하는 것이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사들이 자유, 자본주의, 한류 문화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각종 심리전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특임 강의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