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불균형] "이래서 애 낳겠나"…유연근무제 활용률 오히려 하락

2024-10-22 16:04
육아 위한 시차출퇴근제 희망 수요↑…중소기업·비정규직에 확대해야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유연근무제 활용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육아기 유연근무제 활용을 제도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임금근로자 유연근무제 활용 비율은 15%로 지난해 동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근로자 수는 332만8000명에 그쳤다. 

유연근무제가 정규직 근로자의 특권이 된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정규직 근로자의 유연근무제 활용 비율은 지난해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20.1%(274만8000명)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유연근무제 활용 비율은 지난해 대비 2.2%포인트 떨어진 6.9%(73만8000명)에 그쳤다. 

유연근무제 활용 유형을 보면 시차출퇴근제(35.0%)가 제일 많았고 이어 탄력적 근무제(29.5%), 선택적 근무시간제(25.4%), 재택 및 원격 근무제(15.9%), 근로시간 단축근무제(12.0%) 등이 뒤를 이었다. 근로시간 단축근무제와 시차출퇴근제가 각각 2.4%포인트, 2.0%포인트 증가했고 재택 및 원격 근무제가 4.0%포인트 줄었다. 어린이집 등원 등 육아를 병행하기 위한 유연근무가 늘어난 반면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하지 않는 임금근로자 중에서 향후 활용을 희망하는 근로자는 지난해 대비 1.1%포인트 증가한 48.1%를 기록했다. 이들이 희망하는 유형은 선택적 근무시간제(34.0%), 탄력적 근무제(29.4%), 근로시간 단축근무제(25.2%) 등이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육아기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하반기 5인 이상 사업체 503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개 유연근로제도 중 1개 이상을 도입한 사업체는 전체 중 25.1%에 불과하다.

지난 3월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생활 균형 세미나'에서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저출산 대책으로 꼽았다. 손연정 위원은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은 일과 생활에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노동 환경이 주요 원인"이라며 "저출산 대응 관점에서 노동시장 정책은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유연근무제 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제도적 뒷받침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유연근무제를 제도적으로 안착시켜 출산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도 유연근무제를 쓸 수 있도록 인력 보조를 비롯한 행정적·재정적 도움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