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中, 4차례 경기부양책…얼어붙은 소비심리 살아날까

2024-10-21 05:00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요즘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저축 다쯔(存錢搭子)’라는 유행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다쯔(搭子)’는 본래 중국 마작이나 카드 등 게임을 같이 하는 멤버, 친구를 의미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통 취미나 목적을 가진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 공통 관심사를 함께 공유하는 각종 다쯔가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이 공부하는 ‘스터디 다쯔’, 함께 점심을 먹는 ‘식사 다쯔’ 등 다양한 다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중국 경기침체에 따른 불필요한 소비지출을 줄이고, 돈을 저축하는 ‘저축 다쯔’가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목적은 서로 뜻이 맞는 여러 명의 다쯔들이 저축 목표를 공유하고 이성적인 소비형태로 충동구매를 막기 위한 것이다. 과거 보복소비에서 보복저축으로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 통계를 보더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24년 8월 말 기준 중국 가계저축 총금액이 147조 위안(약 2경 8200조원)으로 연초 대비 9조6500억 위안(약 1856조6000억원)이 늘어났다. 중국인 1인당 평균 저축액으로 보면 10만5000위안(약 2020만원) 정도다. 중국 가계저축 규모는 지난 2017년 64조3800억 위안(약 1경2386조원) 이후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로 최근 더욱 빨라지고 있다. 문제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총금액이 80조 위안(1경5392조원)으로 저축액에서 대출액을 뺀 67조 위안(약 1경2891조원)의 현금이 은행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민은행 자료에 의하면, 2024년 9월 말 기준 위안화 저축잔액이 300조8800억 위안(약 5경7890조원)으로 전년대비 7.1% 증가했는데, 그중 가계저축이 11조8500억 위안(약 2280조원)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저축률 46%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그 비율이 높은 국가다. 저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 돈이 풀리지 않는다는 애기다. 정부 정책과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으로 가계소비 하락과 기업투자 둔화 그리고 수출하락으로 인한 총수요가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다. 총수요는 가계소비·기업투자·정부지출·순수출(수출-수입)의 합을 의미한다. 정부지출을 제외하고 가계소비, 기업투자, 순수출 모두 감소하면서 총수요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줄고 기업으로 돈이 유입되지 못하니 기업도 투자를 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소비는 중국 경제성장률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2023년 중국경제 성장기여도를 보면 소비(82.5%), 투자(28.9%), 순수출(-11.4%)로 소비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성장기여도를 보면 소비(60.5%), 투자(25.6%), 순수출(13.9%) 순으로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소비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의 목적은 결국 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돈을 내수 소비로 견인하는 데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심화와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등 요인으로 수출증가 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소비 확대만이 5% 내외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4차례에 걸친 경기부양책의 함의는 위축된 소비심리 회복으로 귀결된다.
지난 9월 24일 인민은행·증권관리감독위원회·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3대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 및 정책금리 인하의 1차 통화정책 경기부양책, 10월 8일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2000억 위안(약 38조원)의 정책자금 지원과 패키지 유동성 정책 방향을 제시한 2차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바 있다. 2차 부양책 내용을 보면,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5가지 패키지 성장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 경기침체 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거시정책의 역주기 조절기능 확대, 둘째 국내 유효한 수요 확대, 셋째 민간기업 투자지원 확대, 넷째 자본시장 회복, 다섯째 부동산 가격하락 억제와 회복이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주가 및 부동산 가치 하락 → 가계 자산 축소 → 가계의 소비심리 하락 → 내수소비 부진 → 민간기업 투자 축소 → 총수요 하락 → 경제성장률 둔화의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지난 10일 증시 유동성 공급을 위한 1차분 5000억 위안(약 96조2000억원) 규모의 '증권, 펀드, 보험회사 스와프 기구(SFISF)‘를 출범시켰다. 부동산 부양보다 단기적 효과가 큰 증시 부양을 먼저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12일 구체적인 경기부양 금액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재정부가 정부부채를 늘려 특별국채 발행을 대폭 확대하는 3차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지난 17일에는 부동산 주무 부처인 주택건설부가 부동산 개발기업에 추가적으로 1조7700억 위안(약 340조원)을 지원하는 4차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자금난에 빠져 있는 우량 부동산 건설사를 선별해 상업은행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대출 지원책이다. 동 정책은 이미 올해 3월 양회 기간 부동산 문제해결을 위한 3단계 지원책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주택건설부 장관은 1단계 부채와 자산규모에 따라 파산-지분매각 등 부동산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 진행, 2단계 31개 성시 312개 도시별 맞춤형 부동산 육성정책 시행, 3단계 부동산 건설사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대출융자 규모 확대의 3단계 정책 방향을 설명한 바 있다. 이미 3분기까지 화이트 부동산 개발사에 총 2조2300억 위안(약 429조원)의 은행 대출을 승인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4차례에 걸친 경기부양책에 따라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중국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가상승으로 인해 수익자금이 일부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택거래량이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대규모의 재정지출 없는 4차례의 경기부양책만으로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회복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중국 GDP의 10%에 해당하는 4조 위안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만큼 현재 GDP의 10% 규모로 최소 10조 위안(약 1920조원)의 돈을 풀어야 된다는 애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낮다. 중국 정부는 시장변동 상황에 따라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인민은행장이 증시부양을 위한 1차분 5000억 위안에 이어 증시 상황을 보고 2차·3차에 걸쳐 추가적으로 각각 5000억 위안의 스와프 자금 투입을 예고한 것도 그런 이유다. 중국인의 소비심리 회복은 증시부양 효과의 지속성과 향후 경기부양책의 크기와 속도에 달려 있다. 중국 정부 정책과 시장 간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더욱 치열하게 이어질 것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