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알테쉬톡의 나비효과…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2024-10-11 08:33
[대전환기 중국 제대로 읽기] ⑤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대전환기 중국 제대로 읽기] ⑤

알테쉬톡의 나비효과,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의 1차 공습 속에 매몰되어 있는 사이 틱톡샵, 1688닷컴, 알리바바닷컴의 2차 공습이 확산되며 우리 산업생태계를 잠식하고 있다. 알테쉬톡의 2차 공습 여파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알 수가 없다. 작년부터 시작된 알테쉬의 나비효과가 우리 유통, 제조 및 플랫폼 경제, 지방상권까지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알테쉬톡의 공습은 소상공인, 중소기업 및 대기업까지 영향을 확대하며 우리 산업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알테쉬톡의 나비효과를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첫째, 한국 소상공인 제조와 유통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우선 국내 온라인 쇼핑 통신판매 사업자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활용품이나 의류, 신발 및 잡화 등 공산품을 구매한 뒤 국내에서 중간 마진을 붙여 되파는 비즈니스 형태로 C-커머스 공습이 본격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영역이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인터넷 통신판매사업자의 폐업이 7만8580개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4년 1~2월 두 달간 폐업한 인터넷 쇼핑몰만 2만4035곳으로 전년동기대비 29.3%가 증가했다. 한편 2024년 6월 국내 최고의 인테리어 자재 온라인 쇼핑몰인 ‘문고리 닷컴’이 파산했다. 2002년 경기도 안산에서 철물점으로 출발한 문고리 닷컴은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각종 인테리어 제품과 자재를 파는 전문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했다. 문고리 닷컴의 모회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태영건설의 지주사인 티와이 홀딩스다. 업계 불황과 장기화된 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와 같은 C-커머스의 영향이 컸다. 문제는 문고리 닷컴에서 판매되는 문손잡이 등 약 20만개의 인테리어 제품을 제공하는 국내 수입 유통상, 중소제조기업 및 소상공인들이다. 기계공구 및 산업용재 관련 제품을 유통하는 청계천, 인천, 청주, 대구, 부산 등 국내 공구상가거리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는 결국 지방상권 붕괴와 함께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지방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조금씩 거대한 전국 소상공인 공구상가 네트워크망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유통 생태계뿐만 아니라 국내 얼마 남지 않은 제조 생태계도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둘째, 국내 중소 제조 및 유통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국내에 얼마 남지 않은 공산품과 의류·가방·신발·잡화 제조 공장들조차 버티기 힘들어 폐업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에서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 납품하는 의류·신발·잡화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영세 제조기업들은 이미 C-커머스의 직접적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고, 지방에 있는 중소 제조 기업들의 폐업이 본격화될 것이다. 부산에서 신발 제조 및 판매 기업들의 매출액이 2024년부터 30~50% 이미 급감했고, 밑창·고무·우레탄 등 신발 제조를 위해 10여 가지 원재료를 중국에서 수입하던 신발 원재료 수입 기업들도 매출 하락으로 폐업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부산의 운동화, 구두 공장 생태계가 거의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완구제조 생태계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벼랑 끝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구제조의 경쟁력이 빠르게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환경에 처한 국내 중소 완구기업들의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 저출산 인구 감소 때문에 완구시장 규모가 위축되고 있는 데다 초저가의 중국 완구제품이 C-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국내에서 판매가 늘어나면서 국내 완구 제조기업들은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3년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회원사도 전년대비 11.3% 감소하며 이제 133개 정도 남아 있는 상태로 국내 완구 제조기업의 폐업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이마트, 하이마트, LG전자,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결코 안전지대에 놓여 있지 않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통합물류센터 구축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에 어느 지역에 물류센터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통합물류센터가 구축되면, 한국 내 판매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부터 창고에 입점되면서 국내 배송시간을 1~2일 이내로 앞당길 것이다. 문제는 물류창고 구축과 함께 입고되는 메이드인차이나 제품이 기존 저렴한 의류, 신발, 생활용품에서 하이얼과 메이디 브랜드의 TV, 세탁기 등 디지털 가전과 로봇청소기, 전자레인지 등 소형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50달러의 해외직구 면세금액이 넘어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비교할 수 없는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갈 수도 있다. 하이얼은 중국 최대의 백색가전 업체로 글로벌 가전 브랜드로 가격 대비 좋은 품질로 글로벌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다. 하이얼보다 더 빠르게 제조혁신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메이디 제품의 경쟁력은 더욱 무섭다. 하이얼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가전기업으로 메이디는 다양한 주방 가전제품과 생활 가전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메이디는 글로벌시장에서 '가전제품의 TSMC'로 불릴 만큼 우수한 기술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다. 800ℓ급 이상 양문형 냉장고부터 200ℓ급 소형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밥솥, 전자레인지, 인덕션, 토스터기 등에 이르기까지 고객 맞춤형 제품을 빠른 시간 내 공급하는 가전 스마트팩토리의 절대강자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국내 1인 가구 수가 늘어남에 따라 10㎏ 이하 소형 통돌이 세탁기와 건조기, 200ℓ급 미니 냉장고 등 메이디의 1인 가구 맞춤형 소형가전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메이디는 이미 4년 전부터 한국지사를 설립해 국내 중소 유통사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알리익스프레스가 물류창고를 구축할 경우 국내 시장침투율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중견기업과 대기업도 결코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저렴한 중국산 가전이 국내시장에서 팔릴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중국 가전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이 개선되었고, 가격도 저렴해 한국시장 침투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가정용 로봇 중 하나인 로봇 청소기 시장의 경우 에코백스와 로보락 등 중국 브랜드가 글로벌시장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이미 한국시장 점유율에서도 2023년 기준 로보락(35.5%)이 삼성전자(15%)와 LG전자(15%)보다 훨씬 앞서 있다. '중국산=저품질'이라는 고정관념이 점차 변화되면서 중국 디지털 및 스마트가전의 한국시장 침투에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류창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기존 완전위탁방식과 함께 브랜드사 중심으로 반완전위탁방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내에 대규모의 통합물류창고가 있어야 가능하다. 알테쉬톡의 2차 공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일반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국내 제조, 도매 기업들의 폐업도 확산되면서 국내 제조, 도매 생태계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다이소가 향후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얘기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산품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소형 믹서기·스마트 전구·블루투스 게이밍 컨트롤러·헤드셋·충전기 등 소형 전자기기 및 주방용 소형 가전 등의 제조 생태계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문제는 1688닷컴의 B2B 도매 사이트가 한국 사업을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C-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중국산 제품의 수입 증가는 직간접적으로 국내 제조업 생산 및 고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제조 생태계에 미칠 직접 효과(전방 피해)와 간접 효과(후방 피해)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방 피해인 직접 효과는 초저가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 제품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면서 국내 제조업 생산을 파괴하고, 그로 인해 제조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국내 일자리도 줄어들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에 의한 C-커머스의 공습으로 인해 한국 제조업 생태계는 직접 효과의 1단계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그러나 C-커머스 플랫폼이 진화하고 영향력이 더욱 확대된다면 제조업 생태계가 마비되는 직접 효과 2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후방 피해인 간접 효과는 직접 효과로 인해 제조산업과 연관이 있는 산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제조 기업에 원부자재 및 중간재를 공급하는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 한국 제조 산업 공급망이 얽히면서 붕괴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1688닷컴과 알리바바 닷컴의 한국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간접 효과의 피해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C-커머스의 공습은 이른바 ‘제2차 차이나쇼크(China Shock)’를 한국에서 본격화할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 봉쇄와 미·중 전략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중동 전쟁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가중되었고, 중국의 수출 하락·소비 침체로 이어지면서 2차 차이나쇼크가 촉발되고 있다. 전기차·반도체·태양광·배터리·의료장비 등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의 목적이 중국에 미국의 제조업을 뺏기는 2차 차이나쇼크를 막기 위한 것이다. 결코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제조업이 붕괴되고 산업 공동화가 일어나면서 우리 일자리도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