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받쳐주는 印, 글로벌 CDMO 점유율 잰걸음...中 시장 가져가나
2024-10-18 05:00
미국 생물보안법 제정에 따른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 재편이 예고된 가운데 최대 수혜 국가는 인도가 될 전망이다. 인도 중앙정부가 바이오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이를 주시하는 글로벌 자본시장 자금도 쏠리고 있어서다. 수혜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올해부터 ‘생산 연계 인센티브(Production Linked Incentive·PLI)’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 생물보안법 통과가 가시화하자 막대한 자금을 투입,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 선두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PLI는 특정 산업 부문에서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인도 정부가 2020년 도입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로 외국·국내 기업은 총수익의 일정 비율에 따라 최대 5년의 생산 기간 동안 인도에서 제조하는 데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인도 정부는 미 생물보안법 제정 추진이 가속화 하면서 다른 산업보다 제약·바이오 부문 인센티브를 큰 폭 확대하기로 정책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생물보안법 최대 수혜 국가로 꼽히는 한국과 일본 세 나라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 정책분석팀은 “미국의 생물보안법 영향으로 인도의 위탁개발생산(CDMO)과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시장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에서 인도가 중요 국가로 부상한 배경 중 하나는 인도의 정부 지원 정책이 꼽힌다”고 평가했다.
인도 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CDMO 공장을 신설하는 등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인도의 대형제약사 닥터 레디스(Dr. Reddy’s)의 자회사 오리겐(Aurigene)은 지난 7월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바이오의약품 CDMO 시설을 신설하고 있다. CDMO 시설은 올해 말에 완공될 예정이며, 이미 연구개발(R&D) 실험실은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등 CDMO 대표주자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대비하며 준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약개발 업무를 지원하는 CDO 플랫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에스티팜은 약 1500억원을 투입해 에스티팜 제2올리고동을 짓고 있다. 특히 에스티팜은 미국 생보법 이슈로 올리고핵산 점유율 세계 4위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물량도 일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턱없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초부터 미국에서 생물보안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도 인도와 나란히 수혜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정부가 계획한 제약·바이오 R&D 예산은 1조5910억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CDMO 투자액은 한정돼 있어 인도 정부의 PLI 인센티브 규모에 견줘보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일단 규모의 경쟁에서부터 밀릴 수 있다”며 “바이오산업 예산이 굉장히 적다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게 더 문제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