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도심의 미래
2024-10-18 06:00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현대 도심은 사무실 단일 용도 시대가 저물고 용도 복합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을 도심에 유치하기 위한 장소 만들기와 프로그램은 24시간 복합용도 지역을 만드는 데 기여하면서 도심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개별 도시마다 해결 과제가 있지만, 모든 도시의 공통 과제는 ‘도심 살리기’다. 여기서 도심의 다양성이 강조된다. 다양성은 다음의 도시 경제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로벌 도시·부동산 연구단체 어반랜드 인스티튜트(ULI) 자료를 보며 느낀 시사점을 정리해 본다.
비전과 브랜드는 도심 재정의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비전은 시민과 방문객 모두가 공감하는 브랜드로 표현되는데, 비전과 브랜드를 통해 도심은 기존 업무·상업 위주 기능을 넘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창의성은 장소 만들기로 표출된다. 예술, 경험, 변덕스러움 등을 통해 그동안 못해본 방식으로 시민들이 공간을 보고, 느끼고, 탐험하게 할 수 있다. 공간의 다양성은 곧 방문객의 다양성으로 이어져 모든 사람이 환영받고 공간을 즐기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장소 만들기는 사람과 기업을 도심으로 끌어들이는 초기 활성화 역할을 한다. 이벤트 컨테이너, 골목길 점포, 간단한 조명과 가구 활용, 거리 음악가, 농산물 시장, 벽화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 그동안 버려졌던 구석을 ‘핫스폿’으로 바꿀 수 있다. 다음 단계로 공연 무대와 건물 디지털 사인 등으로 이어지게 되고, 음악 산업 인큐베이터, 미술관 등과 함께 앵커 기업(특정 산업이나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 유치 등 추가적인 도심 자산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클러스터화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여러 장소를 방문하게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도심 건물 1~2층 활성화도 도심의 창의성 발휘에 큰 역할을 한다. 이 공간에 창작자들의 작품, 상품, 창작물, 공연 등으로 채우면 도시 거리는 생명력과 보행자 경험이 더 풍부해지게 되므로 창작자가 가져온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대가로 공간 일부를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심은 다양한 문화 허브가 될 수 있다.
도심에서 주거, 혼합, 창의적 용도 등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구역 재지정이 필요하다. 도심은 오피스, 상업, 주거, 문화, 여흥(연예·오락) 등이 섞여야 사람들이 머문다. 도심에 주택이 부족한 경우에도 이러한 놀이와 점포 거리, 축제와 이벤트, 운영 시간대 확대 등은 필요하다. 야간 시장을 임명해 도심의 야간 경제 활성화에 나서는 해외 사례도 많다.
해외 주요 도시의 도심은 주택, 야간 활동, 문화 등을 늘리면서 도시의 다음 생(生)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 주도의 자금 지원, 구역 조정, 세금 감면, 인프라 개선. 인센티브 등은 부동산의 창의성 발휘에도 기여한다. 우리도 이제는 도심을 24시간 연중무휴로 재창조하면서 도심의 미래를 다듬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