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금융주 투자자, 당황하지 마세요

2024-10-17 11:00
원금·이자지급 의무 감면되는 '상각'이라는 조건이 붙은 채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회사채나 메자닌 채권, 유상증자 등이 있다는 건 앞선 연재에서 다뤘는데요. 이번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6일 DGB금융지주는 1000억원 규모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습니다. 수요예측에서 1060억원의 주문을 받았는데요. 발행금리는 연 4.20%입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8월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조건으로 하는 이 채권 발행을 결정했어요. 

금융주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금융지주들이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현행법상 은행은 자기자본의 5배 범위 내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조건부자본증권을 통해서요.

우선 신종자본증권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만기가 없거나 길어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요. 조건부자본증권이란 말 그대로 조건이 붙는 채권이 되겠죠. 부실금융기관 등으로 지정되는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할 때 채권에 투자한 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그 채권의 상환과 이자지급 의무가 감면된다는 조건이 붙은 채권입니다. 

주식으로 전환된다는 조건이 붙은 채권은 '전환형 조건부자본증권'이고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은 원금과 이자지급 의무가 감면되는 '상각'이라는 조건이 붙은 채권인 겁니다.

은행지주회사 주식전환형 조건부자본증권도 있는데요. 이는 비상장은행만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은행지주회사가 비상장법인 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경우에만 해당돼요.

전환사채(CB)와 비슷해 보이죠? CB는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조건부자본증권과 유사해 보여요. 그러나 조건부자본증권은 미리 정한 사유 발생 시 전환되는 것이고 CB는 투자자들의 판단에 의해서 전환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2023년부터는 보험사들도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어요. 보험주 투자자들도 익숙하실 겁니다. 안정적인 자본 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선 유상증자 말고도 유용한 자본 확충 수단이죠.

앞서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거나 없다고 했는데요. 다만 통상적으로 5년 뒤 발행사가 조기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 조건을 붙여서 발행해요. 발행사는 자본을 확보할 수 있고 투자자는 상환받을 수 있는 것이죠. DGB금융지주의 9회차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역시 중도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장에선 콜옵션 행사 시기를 만기일로 간주하고 있어요. 그런데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2009년 우리은행이 외화 사정을 이유로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죠. 우리은행은 당시 금리를 더 얹어서 후순위채로 교환해줬어요.

비교적 최근인 2022년에도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장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죠.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번복하긴 했지만요.

우리은행 콜옵션 미행사 사태 때도 한국물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에 타격을 줬어요. 지난해 3월에는 해외에서 크레디트 스위스가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AT1) 채권 전액을 상각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원금 상환과 이자지급 의무가 감면되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일반 채권과 비교하면 금리는 높은 편입니다. 신종자본증권 역시 만기가 길거나 없는 대신 금리가 높아요.
 
[사진=미래에셋증권 MTS 캡처]

일반 투자자들도 매수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캡처 화면인데요. 증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채권 상품을 보면 신종자본증권이 있어요. 16일 기준 우리금융, 신한금융, NH농협금융의 채권을 매수할 수 있습니다. 최소 1000원 단위로 살 수 있어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투자 위험도는 높다고 나오는데요. 신용도가 높은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인 만큼 원금 손실 위험은 적겠죠. 이자를 받으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