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대란 숨통 트일까] 생숙, 한숨 돌렸다...전문가들 "피해 최소화 긍정적, 새로운 주거유형 활용도 고민해야"
2024-10-16 17:59
정부가 16일 발표한 ‘생활형숙박시설 합법 사용 지원 방안’은 생숙 소유자들의 합법 사용 지원이 골자로, ‘생숙 대란’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숙박업 미신고 생숙 5만2000실이 내년부터 불법으로 간주돼 매년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 철퇴를 맞을 위기였으나,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수분양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용도 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위한 절차가 복잡한 만큼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2년 도입된 생숙은 장기체류 외국인 관광 수요에 대응해 취사가 가능한 호텔형 숙박시설로 ‘레지던스’로도 불린다. 청약 통장 없이 분양을 받을 수 있는 등 규제가 약해 부동산 활황기에 투기 수요가 몰렸고, 본래 용도인 숙박시설이 아닌 주거용으로 불법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2021년 생숙의 숙박업 신고를 의무화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했다. 미조치 시에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생숙 대란’ 우려가 커지자 신규 생숙에 대해 개별실 단위로 분양하던 것을 금지해 불법 주거 전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동시에, 기존 생숙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숙박업 신고 절차를 개선하고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가로막고 있는 복도 폭, 주차 면수 등 규제들을 풀어내는 방향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피난시설·방화설비를 보강해 주거시설 수준의 화재 안전 성능을 인정받으면 복도 폭이 1.5m여도 용도 변경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주차장도 앞으로는 △외부주차장 설치 △비용 납부 △주차기준 완화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전남 여수의 한 생숙은 가구당 3000만원씩 분담해 외부 주차 공간을 만들어 용도 변경을 끝냈다.
이번 방안에서 당초 내년부터 부과할 예정인 이행강제금을 유예한 것에 대해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특혜가 아닌 규제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이행강제금 유예와 관련해 “민생경제안정 관점에서도 생숙발 PF 위기도 있고 서민주거안정, 민생경제 위기 속에서 안타까운 점들을 고려했다”면서도 “그렇다고 정부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합법 사용 의지를 갖고 신청하고 용도변경 충족을 위해 비용을 투자하는 분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어서 기존 정책과 전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숙 소유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생숙의 합법사용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맞춤형 지원이라는 현실적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더욱 시장 친화적 방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생숙 수분양자의 불만들을 다독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숙 소유주를 구제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긴 하지만 합법화를 위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허용하는 등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가 더해진 점도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생숙을 새로운 주거 개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직주 근접을 중시하는 청년 독신가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또다시 새 유형의 주거시설을 공급할 게 아니라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생숙은 시설들이 모두 완비되고 식사·청소 등의 통합 주거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서 충분히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