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말고 또 있나…금감원, 증권사 ETF LP 업무부터 들여다본다

2024-10-16 20:46
허위 거래 2달 넘게 보고 누락, 내부통제 시스템 집중 점검

그래픽=임이슬 기자



금융감독원이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 규모 파생상품 거래 손실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집중 점검에 나섰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는 동시에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매매 과정에서 허위 스와프 거래가 없었는지 우선 조사한 뒤 파생상품 전반에 걸쳐 위법 행위가 없는지 살필 계획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권사 26곳과 주요 운용사 45곳을 대상으로 ETF LP 거래 업무와 관련해 우선적으로 긴급점검에 나선다며 공문을 보냈다. 이를 시작으로 파생상품 거래 업무 관련 내부통제로까지 점검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핵심 키워드가 가 '내부통제'로 설정된 만큼 파생상품 매매 프로세스에 이상은 없는지, 해당 과정에서 은폐 사실은 없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달 중 증권사에 대한 ETF LP 운용과 관련해 점검을 마칠 계획"이라면서 "파생상품으로 결국 검사 범위를 확장하겠지만 지금 한번에 전수조사를 하면 시간만 더 소요돼 한 영역으로 좁히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는 현장 검사 대신 보고서 형식으로 점검 현황을 받기로 했다. 파생상품 등 모든 영역까지 동시에 검사를 할 경우 증권사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해당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현장 검사로 전환하겠지만 지금은 증권사 자체 조사 후 해당 내용을 받기로 했다"고 했다. 

검사 기준은 장내외 거래내역 및 포지션 현황, 계약 실제 및 적정성, 관련 리스크 한도 및 절차 준수 여부, 파생상품 거래 업무절차 등 내부통제 강도, 파생상품 금융사고 인지 및 보고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감원의 점검 요청이 들어간 운용사 역시 ETF 매매 주문과 파생상품 매매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문제가 터진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4일부터 이미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의 보고 직후 손실 규모 등이 흔치 않은 사례라 판단해 곧바로 현장 검사에 들어갔다"며 "내규 위반, 내부통제 적정성, 손실 발생 원인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ETF LP는 자산운용사에서 ETF 매매 주문이 오면 투자자들이 장내에서 매매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호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8월 5일 미국발 리스크로 초래된 증시 급락 이후 신한투자증권의 직원은 손실 만회와 물타기용 선물매매를 하면서 피해 금액은 13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허위 보고가 이뤄지는 등 통상의 관례를 넘어선 행위가 벌어지며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모두 이번 사태는 ‘개인의 일탈’보다는 ‘내부통제 부재’로 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목적에 맞지 않는 한방향으로만 과도하게 베팅한 선물매매가 대규모 손실을 일으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익 구간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증시가 급변해도 막을 수 있다"면서 "신한투자증권 사태는 구간 설정 자체가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직원이 손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스와프 거래가 등록된 사실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는 유동성 공급 체결 과정에서 결제부서와 리스크부서를 통해 매매 사실을 공유한다. '프런트 오피스'인 LP가 매매를 하면 하면 '백 오피스'인 결제부서에서 상대 거래자와 계약서를 주고받는 등 결제가 이뤄진다. 

이중 삼중으로 계약이 진행되고 확인되는 만큼 허위 거래는 내부통제만 제대로 설계돼 있으면 바로 드러난다. 해당 시스템에 익숙한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모두 두 달 넘게 보고가 누락된 것과 더해 결제부서와 리스크부서에서 몰랐다는 사실 자체가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통제가 제대로 갖춰졌다면 한 부서에서 그 큰 규모가 결제되는데 회사가 두 달 동안 몰랐을 리가 없다"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에 큰 구멍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실 금액은 회사 차원에서 해결이 가능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매매 과정에서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조사를 통해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