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도 '노동집약' 산업으로...CMO 성장에 종사자 급증

2024-10-16 00:32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생산)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제약업계 종사자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R&D(연구개발)를 통한 신약개발이 제약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졌지만, 지금에 와서는 해외 제약사와의 대형 계약을 통한 CMO가 기업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다.
 
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바이오헬스산업 종사자 수는 39만7672명으로 2020년(30만1117명) 대비 32.06%가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제약(의약품) 분야 종사자 수가 8만7675명에서 10만1984명으로 늘면서, 업종별로는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바이오헬스산업 종사자는 지난해 4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도 높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침체 국면에도 제약사 직원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CMO 산업의 확대가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체 생산보다는 위탁을 통한 대량생산 형태를 취하면서 바이오업계도 신약개발과 생산의 분업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CMO는 바이오의약품의 성장과 함께 시장규모도 커지고 있는데, 글로벌 주요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의 재료 및 화합합성 시설 확보에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는 부담을 덜기 위해 CMO를 통한 대량생산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4370억 달러로 전체 의약품 시장의 37.1%를 차지했다. 바이오의약품은 2028년까지 연평균 10.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CMO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생물보안법’이 지난 5월 미국 하원을 통과하면서 중국의 CMO를 대체할 국가로 한국이 떠올랐다.
 
CMO는 신약개발과 같은 전문인력보다는 대량생산을 위한 노동이 다수 필요한 분야다. CMO 산업이 커지면서 바이오산업 종사자 수는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4월 준공을 목표로 5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며, 2032년까지 각각 18만 리터로 구성된 3개의 공장을 추가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CMO 분야에 4조6000억원을 투자, 총 40만 리터에 달하는 증설을 추진 중이다.
 
셀트리온도 지난달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법인을 설립하고, CMO 생산시설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구체적인 CMO 사업 계획을 밝혔다. 18만 리터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 증설을 위해 조단위 투자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종근당의 원료의약품 사업부문인 종근당바이오도 올해 상반기 CMO 확대에 따른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CMO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중소·중견 기업에서는 HLB제약, 옵투스제약, 엠에프씨 등이 CMO 증설을 추진 중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개발의 들아가는 투자 비용대비 해외 임상 등에 투입되는 돈은 천문학적이다. 이미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은 글로벌 주요 제약사들의 영역이 된 상황에서 국내 바이오기업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는 CMO”라면서 “노동집약 사업인 만큼 관련 종사자는 매년 크게 증가할 것이고 2028년에는 제조업에 버금갈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