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대사, 日'아시아판 나토' "기본적 취지 찬성"…韓안보에 도움되나
2024-10-09 15:35
이시바 시게루, 취임 후 '아시아판 나토'에 유보적 태도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가 주장해 온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구상에 대해 기본적 취지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안보 협력을 어떠한 틀로 추진하는 것이 좋을지는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철희 대사는 지난 7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기자클럽 초청 강연에서 아시아판 나토에 관한 한국 입장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다국적인 안전보장 협력을 추진하는 편이 현실적이고 그러는 편이 좋다는 사고방식이 (아시아판 나토 구상의) 기본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시바 총리가 말한 기본 취지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우리를 위협하는 국가가 존재하는 가운데 한 국가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박 대사는 "나토와 같은 형태가 좋은지 등 여러 사항을 포함해 검토해야 한다"면서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안보 협력을 어떠한 틀로 추진하는 것이 좋을지는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나토의 조약 5조에는 "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명기돼 있다. 즉, 한국이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집단안보기구의 회원국이 된다면 만약 일본이 중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 편에 서서 군사적 지원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북한의 공격을 받을 경우에는 일본 자위대도 참전할 수 있게 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관한 질의에 "구체화하면 협의할 사안"이라며 찬성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찬성 여부를 묻는 말에는 "이시바 총리의 구상이 아직 구체화하거나 발표된 게 아니다"라며 "지금 말씀드릴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 과정에서 아시아판 나토 창설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시아판 나토 창설은 일본의 집단 자위권 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평화 헌법과도 어긋날 수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그러자 그는 출범 후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 신임 외무상은 지난 2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아시아판 나토 구상과 관련해 "장래 하나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을 들여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즉시 상호 방위 의무를 갖는 기구를 아시아에 설립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출 전에 했던 발언 등과 비교해 상당히 후퇴한 것으로, 내각 출범 이후 현실적인 정책 노선으로 수정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미국도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는 부정적이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달 17일 미국의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주최한 포럼에서 "아시아에서 집단안보기구를 창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