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베트남 제약 소매시장, 빠른 성장만큼이나 치열해지는 경쟁

2024-10-10 06:00
베트남 롱쩌우 약국 체인 1위···'전문의약품'에 집중한 덕

롱쩌우(Long Chau)는 베트남 전국에 약 2000개의 약국과 예방접종센터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의 의약품 소매시장은 빠른 성장세만큼이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큰 변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베트남 최대 약국 체인 롱쩌우는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뛰어난 매출을 기록하며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안캉과 파마시티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베트남 제약업체 스텔라팜에 따르면 현재 70억 달러(약 9조4000억원) 규모인 베트남 제약시장은 2026년에 1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시장 조사 회사 비엣데이터에 따르면 베트남 사람들의 의료 지출은 2025년까지 230억 달러(약 31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제약시장 전망은 유망하다.

아울러 베트남에 약 6만개의 약국이 있으나 그중 약국 체인은 5%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약품 소매시장은 시장 집중도가 떨어지는 만큼 많은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롱쩌우, 안캉, 파마시티 등 대형 약국 체인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고객과 상담하고 있는 베트남 약사. [사진=베트남통신사]
 
선두업체 롱쩌우

베트남 최대 IT기업인 FPT그룹 산하 FPT리테일이 운영하는 롱쩌우 약국 체인은 시장에서 강력한 발전을 이루며 경쟁사를 빠르게 제치고 최대 약국 체인이 되었다. 2023년 말 기준 1497개였던 롱쩌우 산하 약국 수는 2024년 중반에는 1706개로 증가했다. 이는 롱쩌우가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문의약품(처방약)에 집중하고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는 전략에 따른 결과다.

FPT리테일 응우옌바익디엡 회장은 "전문의약품은 롱쩌우에서 판매되는 전체 상품의 70~80%를 차지하고, 이는 병원 및 약국 소매 의약품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특정 부분에 집중하지 않는 안캉이나 파마시티와 같은 다른 경쟁업체와도 차별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롱쩌우는 전략은 실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2023년에 롱쩌우는 5105억동(약 276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FPT리테일 전체 수익의 63%를 차지했다. 또한 2024년 상반기 롱쩌우는 2700억동(약 146억원)의 세전 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FPT리테일의 전자제품 소매체인인 FPT숍보다 높은 수치로, 리테일이 긍정적인 마진을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러한 성공은 합리적인 사업 전략뿐만 아니라 병원 및 쇼핑 센터 근처의 입지를 활용하여 고객 트래픽을 늘리는 등 운영 비용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롱쩌우는 규모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경쟁사를 능가하는 데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2위로 밀린 파마시티
 
베트남 호찌민시 파마시티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는 고객. [사진=베트남통신사]

반면 베트남의 현대적 약국 체인 모델로 평가받던 파마시티는 롱쩌우에 1위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2022년까지 11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베트남 최대 약국 체인이었던 파마시티는 이후 급속한 확장 전략으로 인해 많은 관리 및 운영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파마시티는 2022년 말부터 비효율적인 매장을 폐쇄하기 시작하여 2024년 중반까지 약국 수를 898개로 줄였다.

디판슈 마단 파마시티 대표는 파마시티의 가격 전략이 시장 수요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경쟁사인 롱쩌우가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전문의약품에 주력하는 반면 파마시티는 높은 운영 비용과 공급 관리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파마시티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서비스 품질 개선,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및 운영 비용 최적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디판슈 마단 대표는 "파마시티의 목표는 가격 경쟁뿐 아니라 고객에게 고품질 제품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마시티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고 가격 전략을 조정하는 동안 롱쩌우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시장 내 입지를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안캉 약국 체인 [사진=베트남통신사]
 
구조조정해야 하는 3위 안캉

베트남 전자제품 소매 기업인 테저이지동(모바일월드) 산하 약국 체인인 안캉은 매장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테저이지동은 2018년부터 안캉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2022년까지 매장을 540개로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하는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베트남 SSI증권에 따르면 안캉은 2022년에 3062억동(약 165억원), 2023년에는 3429억동(약 18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는 안캉이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 없이 확장에만 서둘렀기 때문이며 높은 운영 비용과 상대적으로 낮은 매장당 평균 매출 등으로 인해 아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도안반히에우엠 안캉 대표는 "공급망 관리와 제품 포트폴리오 최적화가 안캉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한 테저이지동은 안캉의 전략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부터 규모 축소에 나서며 매장 수를 540개에서 527개로 줄였고, 2024년 상반기에도 매장 감축을 지속하며 전체 약국 수를 387개로 줄였다.

현재 안캉은 운영 비용 최적화 및 비즈니스 효율성 향상에 중점을 두고 지속적인 확장 대신 매장 위치, 약품 공급, 약사 자격 등 핵심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안캉의 구조조정 전략은 운영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고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이다.

이처럼 베트남 제약 소매 시장은 사업 환경과 전략의 변화로 큰 변동을 겪고 있다. 롱쩌우는 처방약품에 집중하고 효과적으로 규모를 확장하는 전략으로 우수성을 입증한 반면 안캉과 파마시티는 심각한 재정 및 관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들의 구조조정 전략은 비즈니스 성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베트남 제약 시장의 급속한 발전과 의료에 대한 수요 증가 속에 각 약국 체인은 가격 및 품질 경쟁을 통해 각자의 입지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러한 베트남 제약 시장은 한국 기업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에 진입 기회를 열어준다고 베트남 경제 매체 더우뜨(투자)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