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필리핀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20억불 상당 인프라 사업 참여"

2024-10-07 13:27
마르코스 대통령과 양국 협력 전방위 확대 방안 논의
1949년 수교 후 정상 차원 공동 문건 처음으로 채택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필리핀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양국 간 협력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도로와 교량 등 필리핀의 대형 교통 인프라 구축에 총 20억달러 규모를 지원하고, 원전 건설 사업 재개에도 협력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오늘 저와 마르코스 대통령은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해 한국과 필리핀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한국과 필리핀이 지난 1949년 수교한 이후 75년 동안 공식적으로 양자 관계를 설정하고, 이에 관한 정상 차원의 공동 문건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양국 정상은 이번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통해 국방, 방산, 해양 등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방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특히 필리핀의 '군 현대화 3단계 사업'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 나가기로 했다"며 "또한 오늘 체결된 '해양 협력 MOU'를 통해 해상 초국가 범죄 대응, 정보 교환, 수색 구조와 같은 해양 안보 협력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PGN 해상교량 건설 MOU 체결
경제 분야에서는 지난해 9월 서명된 '한·필리핀 FTA'를 조속히 발효해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필리핀에서 추진 중인 대형 인프라 사업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정부는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해당 사업들을 한국의 EDCF를 활용해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이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불 상당으로 EDCF 사업 기준 역대 1·2위의 대형 개발 협력 사업이며, 우리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건설 사업은 총 37.5㎞ 길이로 진행되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그 중 첫 번째 구간인 7.9㎞ 건설에 약 9억500만달러를 지원한다. PGN 해상교량 건설은 필리핀 중부에 있는 파나이, 귀마라스, 네그로스 등 3개의 섬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이번 양해각서(MOU)를 통해 EDCF에서 첫 번째 교량 13㎞ 건설에 10억달러를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이번 윤 대통령의 순방을 통해 한국 수출입은행과 필리핀 재무부는 사마르 해안도로 2차 사업에 대한 1억1000만달러 규모의 EDCF 차관 계약을 체결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그간 EDCF는 개도국의 산업 발전과 경제 안정을 지원하는 역할과 함께 우리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이번에도 필리핀의 지역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기업의 대형 인프라 사업 수주를 지원함으로써 양국이 윈-윈하는 경제 협력 성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에 대한 EDCF의 경우 누적 사업 규모가 2024년 6월 기준 2조60억원으로 전체 지원 대상 59개국 중 4위"라며 "특히 금년에 필리핀 ODA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2157억원으로 전체 131개국 중 3위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전 협력 기반 강화…한수원,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양국 정상은 지난 1986년 건설이 중단된 이후 장기 휴지 상태인 바탄 원전 건설 재개를 위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은 필리핀 에너지부와 '바탄 원전 타당성 조사 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이번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 체결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과 필리핀은 양국 간 안전하고 생산성 있는 인적 교류를 보장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필리핀을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인이었다. 145만명이 찾았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총 9만7000여명의 필리핀 근로자가 한국에서 근무해 왔다"며 "마르코스 대통령과 저는 이와 같은 양 국민 간 상호 교류가 양국 우호 협력의 든든한 기반이라는 데 공감하고,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는 한편, 양국 국민들의 권익과 안전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그리고 불법적인 러·북 군사 협력을 국제 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북한의 비핵화와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마르코스 대통령께서는 우리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한반도가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리라는 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011년 11월 이명박 대통령 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수교 75주년을 맞은 한·필리핀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음으로써 양국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번 방문 계기에 주어진 정상 간 합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