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탐욕만 남은 권력은 권력이 아니다

2024-10-07 00:00

환희와 기쁨, 그리고 거센 분노. 2024 파리올림픽에서 선전한 우리 선수단을 향한, 그리고 체육계를 향한 국민의 상반되는 감정들이다. 
 
우리는 최근 치러진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획득·종합 순위 8위 기록이라는 역대급 성적을 낸 우리 선수단에게 환호했다.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5개·종합 순위 15위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준 우리 선수단이었다. 
 
올림픽의, 그리고 선수단을 향한 응원의 열기는, 셔틀콕 여제 안세영의 작심발언을 기점으로 한순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안세영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와 선수 육성·훈련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에 작심한 듯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안세영 발언의 파장은 컸다. 그의 작심발언은 그를 지지하고 응원해온 국민의 분노를 샀고, 이는 배드민턴협회를 넘어 대한축구협회, 대한체육회에 이르기까지 체육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곪을 대로 곪아버린 체육계의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사방에서 칼을 빼 들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 감사에 착수했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은 지난달 24일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현안질의를 열고 축협 회장과 체육회장의 연임을 강하게 반대했다. 
 
국회 문체위 의원들은 축구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과 축협 사유화, 행정 문제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증인으로 참석한 정몽규 축협 회장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해 집중포격을 했지만 이들은 "협회 운영, 감독 선임 등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언으로 일관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축협 운영을 둘러싼 의혹과 문제를 꼬집으며 정 회장의 4선 연임을 압박하는 질문에도 정 회장은 사실상 자리를 보전하려는 의지를 내비쳐 분노를 키웠다. 문체부 감사 결과 축협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규정과 절차를 모두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여전히 자리에서 물러날 의지는 없는 듯하다. 
 
각 협회 ‘윗선’ 격인 대한체육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향한 의혹 제기 등이 잇따르는 등 문제가 커지자,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와 축협 외에 대한체육회에도 칼을 빼 들었다.
 
문체부는 감사원에 대한체육회 운영 전반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대한체육회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단 의지였다. 
 
체육계를 둘러싼 갖가지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체육계를 둘러싼 문제점은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도 크게 다뤄질 전망이다. 

그간 체육계 인사들이 보여준 비민주적 운영과 부패가 세간에 알려지는 등 문제가 심각하게 돌아가는데도 대한체육회장과 대한축구협회장은 여전히 연임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자리 보전'을 통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그들의 태도는 체육계를 더욱 골병들게 할 뿐이다. 
 
애이브러햄 링컨은 "진정한 권력은 지혜와 도덕성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지금 이들이 휘두르는 권력은 지혜도, 도덕성도 없는 오로지 '탐욕'만으로 가득하다. 대한민국 체육계가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맞을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탐욕으로 얼룩진 권력을 내려놓고 물러나 우리 선수들과 체육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 진심으로 응원하는, '어른'으로 남아주는 것은 어떨까. 
 
기수정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