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IT' 프로젝트가 점진적 프로젝트로 전환되는 이유

2024-09-27 12:00

최윤석 가트너코리아 시니어 파트너. [사진=가트너코리아]
각국 정부는 공공 서비스 현대화와 효율성 증진을 목표로 '빅IT'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지만, 상당수의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공공 서비스와 국민 신뢰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실패의 구조적 원인은 보통 방대한 프로젝트 규모에 있다. 이는 정부 기관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피로감을 높였고 현대적이고 유연한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압박 또한 커졌다.

최근 들어 정부는 대규모 기술 이니셔티브를 축소하고, 관리와 통제가 용이한 소규모의 점진적인 디지털 투자를 선호한다. 가트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 응답자의 46%는 소규모 기술 프로젝트의 성공과 비즈니스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이를 주기적,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플랫폼정부 통합플랫폼인 ‘DPG허브’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프로젝트를 작은 단위로 나눠 개발·개선하는 애자일·API기술을 통해 혁신서비스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 이니셔티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의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정부 고위 임원들이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자원을 관리하지만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비즈니스 부서가 개발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결국 프로젝트 로드맵, 새로운 제품 및 기능 요구 사항에 대한 이해 부족은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불명확하게 만든다.

프로젝트 실행 이전 단계에서 정부 경영진이 변화 관리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내부 직원이나 국민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물을 접하게 되기 때문에 정부 서비스 사용에 대한 저항감이 생길 수 있으며,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기술이 적용되기 전 충분한 검토나 재설계를 거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거버넌스 역시 실패의 원인 중 하나다. 프로젝트 관련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너무 느리거나, 정보가 충분치 않거나, 권한이 없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조정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면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거버넌스는 성공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이해관계자들 간에 조율이 되지 않거나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예상 일정, 비용이 결정되는 잘못된 IT 투자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부서와 IT 부서를 아우르는 프로젝트 조직이 이러한 사항을 담당하고 관리해야 한다.

과도한 규모, 지나친 욕심, IT 인재 부족 또한 많은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다. 한 번에 대규모 변화를 꾀하는 '빅뱅' 방식으로는 점진적인 배포가 불가능하다. 프로젝트의 성패는 전형적인 호황과 불황 사이클(Boom and Bust Cycle)에 달려있다. 또한 프로젝트의 현 상황과 진행 과정에 대해 내부 직원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기술 공급업체나 서비스 제공업체에게 맡긴다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위와 같은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고 성공적인 정부 IT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실패로 발생하는 비용과 정치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재 각국의 정부는 애자일 방식의 점진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제품 관리, 개선된 거버넌스, 변화 관리 등이 포함된다.

점진적 프로젝트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작은 단위로 나누는 방법이다. 정부 기관은 보다 협력적 방식을 통해 뛰어난 임무 수행 능력을 발굴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점진적으로 진행하다 보면 실패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더 적은 비용으로 사전에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는 변화 관리의 필수 요소다.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있을 법한 병목 현상, 낭비, 비효율성을 면밀히 검토해 이점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잘못된 프로세스 자동화를 피할 수 있다. 목표와 계획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최고 경영진도 프로젝트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대규모 디지털 투자에 대한 모니터링과 면밀한 조사를 통해 프로젝트를 관리 감독한다면 소규모, 점진적 계약을 통해 뛰어난 조달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생성 AI와 같은 혁신 기술은 복잡한 정책 과제에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경우가 많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대규모 도입에 앞서 소규모 파일럿, 가설 검증, 공급업체와의 공동 개발 참여 등 디지털 투자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

많은 프로젝트가 관리가 용이한 소규모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으면서 정부의 디지털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첩하고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강력한 거버넌스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