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참여' 노리는 SH공사, 실현 가능성은?

2024-09-26 11:22
지난해부터 경기권 신도시 참여 추진…GH 거세게 반발
행안부 "지역개발공사 관할권은 행정구역 내" 유권해석
"관련 법률 목적에 반해…서울시민 복지에 도움도 의문"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3기 신도시 참여 의사를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밝혔다. 3기 신도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공공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업 대상지가 겹치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반발하고, 정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현실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해 한 차례 무산된 3기 신도시 참여를 다시 추진 중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론 국무조정실 등에 참여를 허용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지난 24일 판교신도시 개발사업 주체별 이익 분석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서울 집값을 잡고자 추진하는 3기 신도시는 과거 신도시 실패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3기 신도시 사업에 SH도 공동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H공사는 노리는 3기 신도시 개발 지역은 경기 남양주 왕숙2·하남 교산·광명 시흥 등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에 '골드타운' 방식으로 적용한 사업 참여를 정식으로 건의했다. 골드타운(세대 순환형 주거모델)은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공공이 보유한 상태에서 건물만 분양주택과 장기전세를 각각 50%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당시 김 사장은 "정부가 SH공사에 맡겨준다면 수도권 주택 공급이 속도를 내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경기 남영주 왕숙 A1지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런 행보는 곧바로 반발에 부딪혔다. 2018∼2021년 SH공사 사장을 지낸 김세용 GH 사장은 "법령 위반이며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 지역 3기 신도시 지분 70~80%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나머지 20~30%는 GH가 보유하고 있다.

정부 역시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서울에서 진행하는 주택 공급 책무가 먼저"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행정안전부도 지난해 12월 국토부에 지역개발공사 관할권은 행정구역 내부인 만큼 SH공사가 경기도에서 사업을 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SH공사는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며 올해 4월 국무조정실에, 5월엔 국토부에 재차 건의했다. 서울시민과 경기도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한 것이란 명분을 내세웠다.

SH공사가 재도전에 나섰지만 원하는 답을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에서 태도를 바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해도 국토부 장관은 물론 경기도와 GH 동의를 얻어야해서다. 서울시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한 만큼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승인도 필요하다.

정하연 앤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방공기업이 적용받는 지방자치법과 지방공기업법 기본 조항들을 보면 특정 지역개발공사의 타지역 개발 참여가 안 된다는 명확한 조항이 없으나, 법률 목적과 원칙에는 반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자체에 속하는 사무만 처리할 수 있고, 공사가 속한 지역의 주민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규정한 법률 목적 등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SH공사가 3기 신도시 참여 명분으로 내세운 서울시민 주거 안정에 대해서도 "경기도에 신도시를 짓는 게 서울시민의 복지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