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 치는 韓 AI] 역량은 'A', 환경은 '아이' 수준

2024-09-24 20:10
글로벌 AI 지수 27.26점...세계 6위
개발·정책 호평에도 제도·투자 후퇴
운영환경 11위에서 34위로 내려앉아

토터스 미디어가 지난 23일 발표한 '글로벌 AI 지수 2024' 순위 [그래픽=토터스 미디어 홈페이지 캡쳐]

한국 인공지능(AI) 역량이 개발, 정부 전략 등에서 주요국과 비교해 우수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운영 환경, 상업 생태계 등에서 밀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4일 영국 조사기관인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AI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점수 27.26점을 받아 전 세계 6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AI지수는 △인재 △인프라 △운영 환경 △연구 △개발 △정부 전략 △상업 생태계 등 7개 항목에 대한 역량을 수치화했다. 
 
1위는 100점을 받은 미국이, 2위는 53.88점을 받은 중국이 차지했다. 싱가포르는 32.32점을 받아 3위에,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29.85, 28.09점을 기록해 4·5위에 올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해 13위였던 프랑스가 한국과 독일, 캐나다 등을 밀어내고 약진한 것이다.
 
한국 종합순위는 지난해와 비교해 변동이 없지만 정부 전략(6위→4위), 인재(12위→10위) 등 항목에서 순위가 올랐다. 실제 정부는 이날도 AI 투자 지원을 위해 20개 금융기관과 최대 10조원의 금융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고급 컴퓨팅 인프라와 반도체 제조 규모를 평가하는 인프라 항목도 반도체 업계 부활 등에 따라 7위에서 6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반면 AI에 대한 규제와 여론을 평가하는 운영 환경 순위에서 한국은 35위를 기록해 지난해 11위에서 크게 후퇴했다. AI와 관련된 스타트업 활동, 민간 투자 등을 평가하는 상업생태계도 3위에서 12위로 떨어졌다.
 
AI 상업생태계가 후퇴한 것은 국내 AI 벤처캐피털(VC) 규모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벤처캐피털 분석 기업 더 브이시(THE VC)에 따르면 지난해 AI 분야 스타트업 VC 투자건수는 231건으로 전년 대비 61건 줄었다. 같은 기간 투자 액수는 1조4030억원에서 7909억원으로 43.63% 감소했다. 올해는 투자건수가 더 부진한데 연초부터 이날까지 AI스타트업 VC 투자건수는 158건에 불과하다.
 
또 ‘유니콘’으로 불리는 국내 AI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도 경기 침체, 투자 위축 등에 따라 올해 초와 비교해 반 토막 나고 있어 국내 AI 상업생태계가 위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AI 법·제도에서도 한국은 주요국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한국보다 앞선 국가에서는 AI의 저작권, 법인격 등을 규정하는 법안 구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AI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찾아가는 단계다. 반면 국내에서 이를 주관하는 정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 AI 저작권 규정과 관련해 ‘시기상조’라고 일축한 바 있다.

7·8위를 차지한 독일(26.65점), 캐나다(26.39점)와 한국의 종합점수 격차가 1점도 차이 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한국의 AI 역량 순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운영 환경 점수에서 중국이 28위, 싱가포르가 48위 등을 차지했음에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기록됐는데 상업생태계에서 AI 역량 순위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1~5위 국가 상업생태계 순위는 모두 10위권 이내며 독일과 캐나다도 한국보다 높은 순위인 9위와 6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