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27년식 커넥티드카부터 中·러 소프트웨어 쓰면 판매 금지…국내기업도 영향 전망

2024-09-23 21:50
30일 의견 수렴 거쳐 최종 확정
소프트웨어는 2027년식, 하드웨어는 2030년식 모델부터 적용
바이든 정부, 중국의 미국 운전자 정보 수집에 심각한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정부가 자동차의 자율주행이나 통신 기능에 중국이나 러시아산 소프트웨어나 부품을 사용하는 커넥티드 차량의 미국 내 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미국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한국 기업이 금지된 소프트웨어나 부품을 현재 사용하고 있을 경우 일부 피해가 예상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경쟁자인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반사이익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차량연결시스템(Vehicle Connectivity System·VCS)이나 자율주행시스템(Automated Driving System·ADS)에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계가 있는 특정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의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규정안을 발표했다. VCS는 차량이 블루투스, 셀룰러, 위성, 와이파이 등을 통해 외부와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이며, ADS는 운전자 없이도 차량이 스스로 작동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규정안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관련된 제조업체들이 VCS나 ADS용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커넥티드 차량을 미국에서 판매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 금지 조항은 미국에서 만든 차량에도 적용된다. 이번 규정안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커넥티드 차량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국가가 영향을 받게 된다. 커넥티드 차량은 무선 네트워크로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일명 '스마트카'으로, 최근 출시되는 차량은 사실상 전부가 커넥티드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규정안은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의 기술을 탑재한 커넥티드 차량의 미국 판매가 늘어나 안보에 큰 위험이 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운전자 및 인프라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중대한 우려를 표해왔는데, 지난 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차가 커넥티드 차량과 관련해 국가 안보에 위험을 끼치는 지 여부와 미국 내 해당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사용 금지해야 하는 지 여부를 조사할 것을 명령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정책 때문에 그들의 차량이 우리 시장을 뒤덮으면서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내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그런 일이 벌어두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규정안을 소개하면서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적국이 미국에서 운행 중인 모든 자국산 차량을 동시에 시동을 끄거나 통제해 사고를 일으키고 도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소식은 지금 당장 미국의 도로에는 중국산이나 러시아산 차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도로가 그들의 차로 채워지고 위험이 매우 커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공급망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를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이 되는 부품과 서비스로 한정하고 유예 기간을 달라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현대,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도요타 등으로 구성된 자동차업계 단체 역시 해당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교체에는 시간이 소요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상무부는 자동차 업계 요청을 수용해 금지 규정을 바로 적용하는 대신 소프트웨어는 2027년식 모델부터, 하드웨어는 2030년식 모델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규정안은 승용차, 트럭, 버스 등 모든 자동차에 적용되지만 일반 도로에서 사용하지 않는 농기계나 채굴용 차량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상무부는 3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규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 13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관세 인상안을 포함해 대중 추가 관세를 최종 확정하는 등 미국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대중국 제재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