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 비밀' 암구호, 사채업자에 유출 정황...민주 "군사 보안 '자동문' 수준"

2024-09-22 16:58
황정아 "'겉멋 안보' 아닌 '진짜 안보' 챙겨라"

6월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의 한 초소에서 북한 군인들이 진지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군인들이 3급 비밀로 규정된 '암구호(暗口號)'를 민간인에게 유출한 정황이 불거지면서 해당 지역 수사기관이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22일 군 사정당국과 전북경찰청, 전주지검 등에 따르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봄 군 정보수사기관인 국군 방첩사령부가 처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도 지역 모 부대에 근무하는 일부 군인이 민간인인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담보로 일러줬다는 게 사건의 핵심이다.

제때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 군인들의 지위가 위태로워지니 사채업자들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암구호를 유출한 군인들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사병 신분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채업자들이 암구호를 이용해 군부대에 출입한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군과 검경은 사채업자들이 암구호를 입수한 동기가 미심쩍다고 판단해, 민간인의 군부대 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다. 

암구호는 전시나 야간처럼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기 어려울 때 문답 형식으로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사전에 약속한 말이다.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3급 비밀로 규정된 군사기밀이다. 초병이 '문어(問語)'를 말하고 대상자가 정해놓은 '답어(答語)'를 외치는 식으로 피아를 식별한다. 문어와 답어가 맞으면 경계를 풀어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번 사건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진짜 안보를 챙겨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 안보 문란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군사 보안에 구멍이 뚫린 수준이 아니라, 자동문을 달아놓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정부는 '적의 의지를 완전히 분쇄하라', '강력히 규탄한다'는 말뿐인 '겉멋 안보'만 반복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