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판정승 이펙트] 대중 '핀셋 규제' 강화 대비해야...신재생에너지·원전 '희비'

2024-09-13 08:01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회가 생중계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대선 토론회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통상·에너지 분야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2일 아주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가 당선돼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기존의 대중 '핀셋 규제'가 유지·강화될 공산이 크다. 전방위 대중 견제를 펼친 트럼프 정부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현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핵심광물 등에 걸쳐 대중 관세를 최대 100%까지 인상했다.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이 멕시코 등 주변국을 통해 무관세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관세 재부과 조치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 조치 시행도 앞두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산 자동차뿐 아니라 중국산 부품·소프트웨어(SW)를 사용해 제3국에서 제조된 차량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리스 후보도 이런 기조에 동조하고 있는 만큼 대중 규제의 유탄을 피하기 위한 대응책 수립이 필요하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지로 한국을 지목한 바 있다. 우회 수출 조사 확대에 나선다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아름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조치 대부분이 중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도 예상치 못한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며 "수입 규제 동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 '신재생에너지' VS 공화 '석유·가스·원자력'

에너지 정책은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주장이 가장 엇갈리는 분야다. 

민주당은 지난달 발표한 정강(정책 방향)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석유기업의 경제적 영향력 축소를 목표로 제시했다.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 미국산 저탄소 건설 자재 사용 의무화 등 환경 규제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돼도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친환경 경제성장 정책)'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서 585개의 신재생에너지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투자의 약 81%가 저소득 지역에 투입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붐으로 약 3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 창출됐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주장이다. 

전기차 등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더 안정적인 사업 환경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공화당은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전통적 에너지 생산 증대를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 규제를 대폭 해제하고 원전 건설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우리나라와의 경쟁 구도가 심화할 수도 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해리스 후보가 승리하면 신재생에너지 확산 추세가 원전을 크게 앞설 것"이라며 "해리스 행정부가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적극 견제한다면 우리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