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트레이드'에 이차전지·신재생株 급등
2024-09-11 17:21
美대선 후보 TV토론서 해리스 부통령 선전
제약·바이오 사던 외국인들, 이차전지 집중 매수
제약·바이오 사던 외국인들, 이차전지 집중 매수
미국 대통령선거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전하자 국내 증시에서 '해리스 수혜주'로 꼽히는 이차전지·신재생에너지 관련 종목이 급등했다. 이에 하락세였던 국내 이차전지주가 지난달 증시 급락 후 외국인들이 먼저 사들이고 있던 제약·바이오 업종을 제치고 급반등했다.
미 대선 후보의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국내 증시 방향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차전지 셀 제조사 삼성SDI가 전 거래일 대비 9.9% 오른 36만6000원, LG에너지솔루션이 5.1% 오른 39만9000원, SK이노베이션이 1.1% 오른 11만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8.9%), 엘앤에프(7.8%),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5.1%), 에코프로비엠(3.4%)도 상승했다.
이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대표적인 '해리스 트레이드' 업종으로 묶인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전 진행된 미국 대선 후보 토론 이후 미국 CNN 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날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의 63%는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했다.
이차전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반기 인공지능(AI) 고점론이 대두된 뒤 8월 국내 증시가 급락할 때 반도체를 매도하고 대거 사들인 업종 중 하나다. 외국인들이 함께 사들인 제약·바이오 업종이 이달 들어 상승 흐름을 보인 반면, 이차전지 업종 주가 흐름은 전날까지 부진했다가 이날 급등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제약·바이오 대형주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8만1000원, 한미약품은 31만5000원, SK바이오사이언스는 5만3500원, 한미사이언스는 3만2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각각 전주 대비 3.7%, 7.3%, 5.5%, 5.3% 올랐다. 셀트리온, HLB도 소폭 상승했다.
이차전지 업종은 내년 유럽연합의 탄소배출 목표 강화 등이 하반기 금리 인하 수혜 전망과 함께 호재로 인식됐지만 제약·바이오 업종 대비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전기차 핵심 전방 산업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가 여전히 상승 발목을 잡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외국인들은 최근 한 주(9월 5~11일)간 삼성SDI(934억원), LG에너지솔루션(452억원), 포스코홀딩스(211억원) 등을 순매수하고 LG화학(-337억원), 엔켐(-194억원), 에코프로(-138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76억원) 등을 순매도하면서 '종목 선별'에 들어갔다.
유안타증권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면서 이차전지 기업들의 계획된 생산능력 축소 가능성, 기존 생산능력의 가동률 추가 감소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테슬라 공급망 참여 기업 중 3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과 미국 중심 전지전력저장시스템(BESS) 프로젝트 수주로 외형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외국인들은 한 주간 삼성바이오로직스(488억원), 알테오젠(410억원), SK바이오팜(210억원), 삼천당제약(124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기존 펀더멘털 개선을 통한 중장기 성장 전망에 더해 최근 미국의 중국 바이오기업 견제용 규제를 통한 한국 업체 반사이익이 호재로 떠오르면서 매수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미국 하원에서 생물보안법이 통과했고 연내 상원 통과가 기대된다"며 "이 법은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중국 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제재 성격을 띠고 있어 국내 의약품 위수탁개발생산(CDMO) 업체 반사이익이 확실시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