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반도체 공급망 참여 노리는 베트남…'정책과 인프라가 핵심'

2024-09-12 06:00

베트남 박닌성 번쭝(Van Trung) 산업단지 내 하나마이크론비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찾은 팜민찐 베트남 총리. [사진=베트남통신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전통적 산업을 벗어나 첨단 산업 공급망에 참여하려는 베트남도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위치와 정부의 우대 정책을 바탕으로 여러 반도체 기업들의 잠재적인 투자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이 반도체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산업 인프라와 인적 자원 측면에서 많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평가이다.
 
베트남 박닌성 옌퐁(Yen Phong) 산업단지 내 삼성일렉트로닉스 베트남 근로자 모습 [사진=베트남통신사]
 
반도체 산업에 사활 건 베트남
"반도체 산업은 기초 산업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30~50년간 국가의 기간 산업이 될 것이다" 베트남 정보통신부 장관은 올해 초 열린 반도체업계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 발전에 사활을 건 베트남은 투자 유치를 늘리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다낭시를 첨단 기술 중심지로 개발하기 위해 발표한 136호 결의안이 대표적이다. 이 결의안에 따르면 투자 규모가 약 2000억원 이상인 반도체 기술, 반도체 집적 회로 산업, 부품 제조 및 집적 전자 회로(IC) 분야의 프로젝트 유치에 우선순위가 부여된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전략적 투자자에게는 개인소득세 및 법인세 면제, 비경매 토지임대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이는 다낭시에 첨단 기술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및 국제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강점이 된다.

또한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이끄는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국가운영위원회의 설립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베트남 정부의 결단을 보여준다. 운영위원회는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과 방안을 연구하고 제안하며, 관련 부처와 협력하여 투자 프로젝트를 조율하고 실행한다.

더욱이 베트남 정부는 인재 양성 관련 정책을 통해 반도체산업 국가전략을 수립해 첨단산업 육성에 최적의 조건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베트남은 칩 설계 분야의 미국 양대 기업인 시놉시스(Synopsys) 및 케이던스(Cadence)와 반도체 연구 및 인큐베이션 센터 설립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베트남 정부는 또한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30개 이상의 국내외 대학과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베트남 정부의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다. 베트남은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삼성, 인텔, 앰코테크놀로지, 인피니언테크놀로지 등 여러 주요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10여 년 전 베트남에 1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설립한 인텔은 2021년 투자 자본을 약 15억 달러(약 2조160억원)로 늘렸고, 향후 베트남 공장 확장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기업 앰코테크놀로지 역시 박닌성에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 및 양성 활동을 진행 중인 베트남 페니카대학교 반도체 칩 설계 양성센터 [사진=베트남통신사]
 
문제는 인프라
베트남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적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고, 또한 여러 세계적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인프라, 에너지 및 물류 분야에서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우선 베트남이 원하는 반도체 칩 생산 공장을 건설하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베트남의 현재 전력 공급량은 성수기에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이는 첨단 산업 투자 프로젝트에 큰 위험을 초래한다. 이에 베트남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2050년 목표 2021~2030년 국가 전력 개발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이를 실행하는 데도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또한 베트남은 아직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전문 산업단지가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반도체 산업에는 기술 인프라, 안정적인 전력, 고속 인터넷, 효과적인 수처리 시스템 등을 갖춘 산업단지가 필요하다. 

물론 타이응우옌, 박닌 등 베트남 북부 지역의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차츰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운송 인프라, 물류 시스템 및 생산 지원 서비스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인력난도 베트남 반도체 산업의 큰 문제다. 현재 베트남에는 약 5000~6000명의 반도체 엔지니어가 있지만 이 숫자는 실제 수요의 20% 미만에 불과하다. 향후 5년간 베트남 반도체 업계에는 약 2만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할 전망이고, 2030년에는 5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3~5만명의 반도체 엔지니어를 양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시작했다. 그러나 고도로 숙련된 엔지니어를 단기간에 양성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반도체 분야에서 배출되는 졸업생은 연간 500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베트남은 단기적으로 인력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엔지니어에 대한 취업 허가 부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이는 행정 절차의 빠른 개혁을 동반해야 한다.

 
베트남은 반도체 산업 공급망의 변화하는 흐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반도체 산업 환경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과 글로벌 기업들의 연이은 투자에 힘입어 큰 기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의 반도체 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되기 위해서는 인프라, 에너지, 인적 자원 분야의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아시아 지역 컨설팅업체 데잔 시라 앤 어소시에이츠(Dezan Shira & Associates)는  "베트남 반도체 산업은 밸류 체인의 전 부문에 걸쳐 장·단기적으로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과 기업들의 강력한 투자 및 인프라 개선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