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공공기여금 유동화'로 기반시설 확충…12조원 미래도시펀드 도입
2024-09-10 18:10
국토부 '노후계획도시정비 정책·금융 세미나'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한 금융지원 방안이 공개됐다.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로 대규모 정비사업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공공기여금 자산유동화를 통한 기반시설을 선제적으로 확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후계획도시정비 정책·금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국토부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방침'의 후속으로 노후계획도시 정비 활성화에 필요한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신탁사 등 민간 정비금융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이상주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1990년도 조성된 1기 신도시 생활 불편뿐 아니라 기반시설도 많이 노후화돼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순한 재건축이 아니라 광역적인 통합 정비를 통해 도시 공간 재구조화로 도시 경쟁력을 제고하고,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살기 좋은 미래도시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정비사업 금융지원 방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기존 정비사업에서 공공기여금은 사업이 완료된 후 지자체에 납부되지만 기반시설에 대한 수요는 사업 초기부터 발생하므로 기반시설 설치가 필요한 시점 간 시차가 발생한다. 공공기여금의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재원을 앞당겨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기여금 자산 유동화는 공공기여금을 신탁회사에 신탁한 후, 이를 바탕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2단계 유동화 구조를 통해 이뤄진다. 유동화된 자금은 기반시설 설치에 사용되고, 이후 개별 사업자들이 납부하는 공공기여금은 ABS 투자자들에게 상환되는 구조다. 1기 신도시 재정비에 공공기여금 자산유동화가 도입되면 국내 최초 사례가 된다.
공공기여금 자산 유동화와 함께 공공기여금 산정 시기가 앞당겨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심건섭 한일회계법인 선임연구원은 "공공기여금은 지자체가 기반시설 설치에 사용하는 재원이지만, 과도하게 부과될 경우 민간 사업자의 사업성이 악화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현재는 인허가 완료 후 감정평가에 따라 공공기여금이 산정되지만 사업이 진행되는 초기 단계에서 공공기여금을 추정하고 산정하는 방법론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를 통해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시행자의 초기 사업비부터 지원한다. 1기 신도시가 동시에 재건축에 나서면 기존의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으로는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과 민간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母)펀드를 조성해 대규모 정비 자금을 마련하고, 사업시행자는 각각 특별정비계획구역에서 자(子)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받는 방식이다.
이상정 HUG 차장은 "지난해 6월 기준 133조원인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을 고려하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착수 시에도 여력이 부족한 수준으로, 미래도시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또 시공사의 대여금 의존도를 낮추고 분양 리스크는 분담해 총사업비, 금융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로 지방재방 유동화 방안으로 'TIF(Tax increment financing)' 제도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이 제도는 개발 이후 부동산 가치상승에 따른 지자체의 장래 세수 증가분을 유동화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 시카고에서 주로 쓰이는 방식으로, HUG는 TIF 제도를 향후 철도 지하화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이상주 실장은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대규모의 자금이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조달돼야 하기 때문에 금융 안정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금융기법 활용이 필수적"이라며 "도시 차원의 정비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거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융이라는 동반자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