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중간점검] 미정산 사태 수습 손 놓은 구영배...책임 회피에만 급급
2024-09-09 15:43
'해프닝 주장' 했으나 문어발식 인수·美 상장 준비 영향
구 대표 횡령 액수, 4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어나
구 대표 횡령 액수, 4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어나
1조3000억원대 미정산 사태를 빚은 큐텐그룹 소속 티몬·위메프(티메프)를 두고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이사가 사태 해결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티메프 사태를 빚은 것은 구 대표의 큐텐 사업 문어발식 확장과 미국 상장을 위한 자금 조달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7월 말 티메프 사태가 터지자 구 대표는 국회에 출석해 사태 해결을 위해 사재라도 털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 시간 뒤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당시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서 티메프 측은 지난 7월 정산 지연 사태가 '일시적인 전산 오류에 따른 일종의 해프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가 아니었다면 내년부터 쿠팡을 추월하는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구 대표와 티메프 측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구 대표는 현재 큐텐그룹에서 사태 해결에 필요한 자금을 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며, 법원은 추석 전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6월 7일 중국 웨이하이(威海)에 섬유·의류 유통 전문 '위해쾌행무역유한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해당 회사 자본금은 100만 위안(약 1억8700만원)이며, 큐익스프레스 소유 상해쾌행유한회사가 전체 지분을 갖고 있다. 당시 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는 구 대표였다.
이 회사 설립 시기는 국내에서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기 한 달 전이며 지난해 5월부터 중국에서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구 대표는 사업 확장을 택했다. 구 대표가 사태는 수습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는 비판도 있다.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모든 계열사 역량을 끌어모았다는 해석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그 방면(인수)에 전문가다. 적자에 직면한 이커머스 업체를 큐텐이 잇달아 인수해 몸집을 키운 것은 큐익스프레스 상장이 목적이었을 것"이라며 "성공 방정식에 취해 있었다"고 말했다.
큐텐이 2022년 9월 티몬에 이어 인터파크커머스(2023년 4월), 위메프(2023년 5월), 올해 2월 북미 위시를 인수한 게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한 것이며 여러 회사를 거느려 몸집을 키운 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에 일감을 몰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 CEO에서 물러난 상태다. 또 재무투자자(FI)들이 교환사채(EB),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바꾸기로 하면서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에서 벗어났다.
최근 들어 큐익스프레스가 배송비 결제 방식을 바꿔 모기업인 큐텐에 유입되는 현금 흐름까지 차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사측 주장에 대해 "큐텐그룹과 관련해 티메프 사태의 원인이 된 관련 업체들은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전체 다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구 대표가 회사 자금을 회사 업무 외에 사용했는지 확인 중이며, 위시 인수 금액 500억원을 보고 구 대표의 횡령 혐의 액수를 4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