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형환 부위원장 "결혼, 패널티 아닌 '메리트'··· 일가정 양립에 중점"

2024-09-06 06:00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 인터뷰 
신규 예산 80% 투입…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50% 수준으로
특별세액공제 도입·주택공급 확대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를 덮쳤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지난해 기준 0.72명에 불과하다. 향후는 더 암울하다. 그간 합계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올해 0.6명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저출산은 고령화로 이어진다. 이르면 올해 말 만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대한민국이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아주경제 사무실에서 임규진 아주경제 사장과 만나 ‘임규진의 CEO 인사이트’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아주경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 아주경제 사무실에서 임규진 아주경제 사장과 만나 “일·가정 양립에 중점을 두고 결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책 등을 마련, 이를 활용해 2030년까지 합계 출산율 1명을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주 부위원장은 결혼 후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경제적 부담과 기회비용을 줄이고, 일하면서 충분한 육아 시간이 확보되는 문화로 출산율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주TV ‘임규진의 CEO 인사이트’ 인터뷰를 통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마련한 향후 저출산 대책과 방향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6월 발표한 저출산 정책은 일·가정 양립에 중점을 뒀다. 기존 지원책과 비교해 차별점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저출생 예산 47조원 중에서 출생률 제고와 직결되는 핵심 예산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87%가 양육에 집중돼 있었다. 그간 저출생 관련 정책에서 직접적인 지원 부족과 양육에만 중점을 뒀다는 게 문제로 꼽히는 이유다.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일·가정 양립’ 지원은 저출생 대응에 효과적일 것이다. 독일 사례를 보면 2000년대 초반 양육 지원 중심에서 일·가정 양립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 1990년대 1.2대였던 출산율을 정책 전환 이후인 2016년 1.6대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은행 자료를 봐도 육아휴직 이용 기간이 OECD 평균 수준으로 계산될 경우 출산율이 0.1명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다. 또 KDI는 차일드 패널티(Child Penalty: 출산에 따른 여성의 고용상 불이익)가 합계 출산율 하락에 40%를 기여한다는 걸로 분석한 바 있다.
 
이 같은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신규 추가 확대되는 예산의 80% 이상을 일·가정 양립에 집중해, 현재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6.8%)을 2027년까지 50% 수준으로 늘리고 여성의 육아휴직률은 현재 70%에서 8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과거 출산 장려 정책이 효과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정책 추진 방식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했고 성과 평가도 미흡했다고 판단한다. 선진국의 대책을 답습했지만 그 우선순위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제도 활용률이 낮았고, 본질적으로는 정책의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우선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에 대해 충분히 지원하지 못했다. 지난해 47조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저출생과 직결되는 지원은 23조5000억에 불과했고, 이 중에서도 대부분은 양육 쪽에 썼다. 다음으로 일자리 부족, 수도권 집중, 높은 사교육비와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지 못했다. 사실 저출생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데 있고,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된 것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급속한 경제·사회 발전 속에서 가족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따라가지 못했던 것도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지자체의 동참 역시 유인하지 못했다.”

-결혼에 대한 특별세액공제가 도입됐다.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가

“한국 사회는 결혼을 통한 출산이 98%에 달한다. 결혼에 대한 인센티브 없이는 출산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혼 특별세액공제를 도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체적 내용은 부부 1인당 50만원씩 최대 100만원 세액공제를 해주고,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혼인 신고를 한 경우에 생애 1회에 한해 지원 등이다.

결혼세액공제는 특히 비용 부담이 많은 결혼 초기에 일부 비용을 경감 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이 외에 신혼가구에 대한 특례 대출,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등을 마련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일명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관련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도 실시한다.

이런 정책들이 시너지를 발휘하면 결혼 전반에 대한 경제적인 비용이 감소하면서 궁극적으로 결혼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국민인식 조사에서 결혼 의향이 있는 미혼 남녀 가운데 75%가량이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로 ‘자금 부족’을 꼽았다.”
 
-이번 정책이 젊은층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있나

“결혼과 출산이 페널티가 아닌 ‘메리트’라는 인식이다. 양육 부담, 주거 문제, 일자리와 같은 부분에서 청년층이 느끼는 애로사항을 해소해, 결혼 후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경제적 부담과 기회비용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혼, 다자녀 등의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자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당초 연간 7만호 공급에서 12만호 이상으로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한다. 또 수도권 중심으로 신규 택지를 발굴해 추가로 9만6000호를 내년 말까지 공급한다. 신생아 특례 대출의 경우엔 소득 요건을 사실상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신혼부부 특공 시 결혼 전 청약 당첨 이력을 완전히 배제한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령자 대책으로 △노후 소득 보장 △일자리 문제 △의료 요양 문제 △주거 문제 △사회 참여 등을 꼽았다. [사진=아주경제]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기존 노인 복지 정책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60대로 진입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 있나

“지난 7월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초고령화 속도 역시 굉장히 빠르다. 의술 발달과 기대 수명이 늘어난 탓도 있으나, 초저출생과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으로 편입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간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대책은 저소득층 복지 지원이 주를 이뤘다. 다만 1차 베이비부머 세대(55년생~63년생)는 앞서 노인층으로 편입된 세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들은 학력, 소득이 높은 편이고 73세까지는 일하고 싶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75세 이상에 해당되는 세대를 편의상 ‘후기 고령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전기 고령자에 비해 학력, 자산 수준, 건강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특성에 맞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고령자 대책으로는 △노후 소득 보장 △일자리 문제 △의료 요양 문제 △주거 문제 △사회 참여 등이 있다. 이를 토대로 전기 고령자의 일자리 획득과 사회 참여, 후기 고령자의 노인성 질환 대처와 AI 로봇 활용 방안 등을 구체화 해 연말까지 분야별로 대책을 마련하겠다.”

-정부가 준비 중인 노인 일자리 창출 및 지원책이 있나
 
“일할 능력과 개인 의사가 있다면 정부는 원하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선행 조건은 연금 제도, 임금 제도 개편이다. 근무연수에 따라 급여도 오르며 직위도 올라가는 ‘연공서열’ 임금 체계가 아니라 성과급 체계로 변화가 필요하다.
 
4대 보험 등 노동 관련 규정 중에 고령자가 일하려는 것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를 수정해 ‘한국형 고용 모형’을 어떤 식으로 만들지 구체화하고 있다. 아울러 젊은층 위주인 직업능력 개발 체계나 평생교육 체계를 고령 친화적으로 바꾸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