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확보" 기업들, 회사채 발행 속도

2024-09-06 06:00
한달 새 순발행 2조원…연말 수급 불안 등 영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동안 잠잠했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9월 미국 중앙은행의 정례회의를 앞두고 추석 전까지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연말로 갈수록 수급에 불리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자금 조달 속도를 부추기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2조1684억원을 기록했다. 전월에는 발행보다는 상환이 많은 순상환 기조를 보였다. 회사채 발행이 8월 후반부터 몰렸고 9월 들어서도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가 선반영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초 3.989%였으나 지난 4일 3.506%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에는 3.402%까지 내려갔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를 피해 선제적으로 발행하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수요도 긍정적이다. 전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GS EPS는 수요예측에서 총 1500억원 모집 대비 6배에 달하는 8900억원을 주문받았다. 같은 날 하이트진로홀딩스도 목표액 대비 10배 넘는 9220억원을 확보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총 2000억원 모집에 1조3700억원, 삼성물산은 총 3000억원 모집에 2조2300억원을 주문받았다. 현대제철은 5일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12일 발행할 예정이다.

기업들로서는 연말로 갈수록 수급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5일 기준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는 약 72조원, 공사채는 약 31조원 규모다. 이 중 10조원 넘는 금액이 한전채 물량에 속하는데, 한전채는 차환을 위해 6월부터 꾸준히 발행되고 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이 많은 만큼 공사채, 은행채 발행 물량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일반 회사채 수급까지 가져가는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