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 '연금 보장'에 젊은 층 달래기는 먼 길..."차등인상·가입기간 연장도 보완책 있어야"
2024-09-04 15:40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경제상황에 따라 연금보장이 조정되는 ‘자동조정장치’를 포함하면서 일부 젊은 층의 저항이 예상된다.
세대별 차등 인상 자체를 두고도 소득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추가 보완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의무납부기한을 5년 연장하는 안에 대해서는 정년연장 등 노동시장 개선 없이는 노년층의 보험료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 '자동조정장치'에 여전한 젊은 층 불안감..."보완책 있어야"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는 인구·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내용이 담겼다.기대 수명이 늘어나거나 연금의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나 출산율 감소,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경우 재정안정을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식이다.
정부가 이 같은 안을 내놓은 이유는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현행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경우 연금 수지는 2041년 적자를 기록하고, 2056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복지부는 보험료율 인상 등 모수 개혁 이후 연금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을 때인 2036년에 자동조정장치가 발동하면, 수지 적자 시점은 2064년으로, 기금 소진 시점은 2088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구 노령화, 출산율 저하에 따라 가입자 대비 연금 수급자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자동조정장치는 보장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의미하는 명목소득대체율은 기존 40%에서 42%로 상향조정하면서 보장성을 강화한다고 주장하지만, 자동조정장치는 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할 수 있어 보장성 강화 정책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젊은 층이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가 오면 사실상 수령액 보장이 힘든 상황이다.
복지부 측도 이 같은 지적을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상황에 따라) 연금액이 조정되기 때문에 소득보장 수준과 관련해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국회에서 많은 논의를 할 수 있게 여러 가지 방안을 제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소득격차 고려 없는 '세대별 차등 인상'...의무가입기간 연장도 "미완성 정책" 목소리
보험료율 세대별 차등 인상안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정부의 방침은 내년부터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는 0.5%p, 30대는 0.3%p, 20대는 0.25%p 인상하는 것이다. 젊은 층일수록 납입 기간이 길게 남아있고 보험료 부담은 높다는 점을 감안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렸을 때(40년 납입 가정) 50대의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9.6%지만 20대는 12.9%다.
소득대체율이 50%를 넘는 50대는 대부분 평생 9%의 보험료를 내고 몇 년 후 연금 받을 일만 남은 반면, 2030세대는 소득대체율 40%대의 급여를 받으며 최소 13%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같은 세대 내에서도 소득수준이 차이가 나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은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해 소득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또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데, 고령자들이 저임금 노동시장에 내몰린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부담만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태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60세 이상은 임의계속가입을 통해 보험료를 내야 해서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에도 본인이 보험료를 다 내야 한다"며 "60세 이상 중에는 저소득 노동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의무가입 연령이 올라가면 사업장 가입자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