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상의 인사이드 아프리카] 재생에너지 자원의 최대 보고( 寶庫) …아프리카-한국은 최적의 파트너
2024-09-10 17:00
아프리카 국가들의 에너지 확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가정의 취사용 에너지인 바이오매스(땔감 나무) 의존율이 54%에 이르고, 사하라 이남은 80%를 차지한다. 바이오매스 이용은 사막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바이오매스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 및 공급,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전력 보급률은 56%에 불과하며, 전체 인구 14억명 중 약 6억명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 인구 중 17%를 차지하면서 에너지 소비량은 4%에 불과하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1인당 전력 사용량은 150~180㎾h로 세계 평균 7000㎾h, 우리나라 1만1861㎾h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력 부족은 교육 및 보건의료, 생활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에너지 공급 부족이 경제 및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 오래다. 에너지 공급의 부족은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아프리카 전력 공급이 낮은 원인은 발전 용량의 절대적 부족, 취약한 송배전망 및 서비스, 높은 전력 공급 가격 등을 들 수 있다. 전체 발전 용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지리적으로 넓은 지역에 흩어져 거주함에 따라 송배전망 건설 비용은 과다하게 지출되며, 전력 손실률도 높다. 아프리카의 전력 손실률은 17.5%로 우리나라의 4.01%에 비해 4배나 높다. 기존 송배전망은 대부분 노후해 약 75%가 불안정한 상태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는 재생에너지의 보고(寶庫)]
아프리카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잠재력의 39%를 차지하며, 태양광 발전 잠재력은 10TW에 달한다. 2023년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태양광 발전 용량은 15.3㎿에 불과해 아주 소규모이다. 태양열이 풍부한 사하라 사막의 면적은 약 1000만㎢ 달한다. 미국 메인주(Maine)나 벨기에 면적에 태양광을 설치하여 전력을 생산한다면 아프리카 대륙 전체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여유분을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아프리카의 주요 강은 나일강, 콩고강, 니제르강, 잠베지강 등이다. 수력발전 잠재력은 350GW에 이르나 현재 설치된 발전 용량은 42GW로 15% 미만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이집트, 말라위, 모잠비크, 우간다, 잠비아 등이 주된 수력발전 생산국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대규모 댐으로 이집트의 아스완댐, 콩고민주공화국의 잉가댐 1기 및 2기, 에티오피아의 그랜드 르네상스댐(GERD·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을 들 수 있다. 그랜드 르네상스댐은 이집트와 수단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1년 공사를 시작해 현재 마무리 단계며, 2020년부터 담수를 진행 중이다. 발전 용량이 6000㎢로 아프리카 최대 규모이며 아스완댐의 3배, 소양강댐의 30배에 달한다.
풍력발전의 잠재력은 100GW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2023년 기준 풍력발전량은 잠재 용량의 10% 미만으로 8.7GW에 불과했다. 에티오피아의 아이샤 지역 및 아다마에는 중국 정부의 유상원조로 102개 풍력터빈을 설치하였고 153㎿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케냐는 1980년대부터 지열발전을 시작해 2023년 발전 용량을 891㎿까지 늘렸다. 가나 최대의 지열발전소는 올카리아(Olkaria)에 위치하고 모두 5기의 지열발전기가 운영 중이다. 케나는 2030년까지 지열발전 용량을 5,530㎿로 늘려 국가 전체 전력 공급의 51%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재생에너지 또는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전력 생산은 효율적인 송배전망이 요구된다. 아프리카 전체 송배전망에 매년 약 40억 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발전 설비를 그리드 시스템(Grid System)에 연결하여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저장장치 및 공급과 수요를 제어하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 노후한 송배전망의 교체에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대아프리카 에너지 협력 방안]
우리나라는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로 안정적 에너지 공급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화석에너지가 주를 이루고, 원자력(29%)과 재생에너지는 5%(세계 평균 13%보다 낮음)에 불과하다. 안정적 전력 공급과 송배전에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어 개발도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아프리카 에너지 협력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바이오매스를 줄이고 대체 에너지 확보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대체 에너지는 재생에너지(태양열, 수력, 지열, 풍력 등)와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여 화석연료(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이용을 늘리기 위한 협력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그린 수소 및 중장기 차원의 원자력 분야도 국제 협력 대상이 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에너지 관련 전문인력의 교육 및 훈련을 위한 협력도 중요하다.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 및 인재 양성을 위해 교과과정의 개발,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을 늘리는 것이다. 전기 및 전력 생산 분야의 전문화된 직업훈련기관의 설립 및 운영도 협력 대상이 된다. 아프리카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아프리카 5개 권역별(동부, 서부, 중부, 남부, 북부) 거점 기관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과 관련된 분야의 국제 협력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전력 손실률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정책 분야 협력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원국 차원의 중장기 에너지 분야 발전계획 수립 및 시행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다. 국가 특성에 적합한 에너지 개발계획을 마련하고, 민관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에너지 효율성 확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별 또는 권역별 에너지 관련 기술 및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 설립에 대한 협력도 검토 대상이 된다.
급변하는 세계 정치 및 경제 질서에 따라 에너지 안보는 모든 국가의 주요 어젠다가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해왔던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의 경제에 큰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에너지 안보에 대한 불안과 위험도 마찬가지다.
한-아프리카 에너지 국제 협력은 다른 연관 분야의 발전에 지렛대(Leverage)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산업 발전, 농업 개발, 도시 개발, 교육 및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 순영향을 가져오고 삶의 질 향상, 빈곤 감축 등에도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가진 재생에너지 및 발전 기술,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믹스(Mix)는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에너지 분야 국제협력 기회는 화석연료, 수소, 원자력 등을 ‘브리지 에너지’로 활용하여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기술 확보의 어려움, 투자금의 부족, 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에너지 분야 발전이 더디다. 아프리카는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 약 2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4년에는 1100억 달러가 필요하며 그중 700억 달러는 화석연료를 이용하기 위한 투자금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의 에너지 국제협력 확대는 에너지 개발 및 공급 확대로 이어지고, 바이오매스의 의존도를 낮추며, 아프리카의 에너지 개발에 우리나라가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아프리카 에너지 협력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아프리카에너지협력기구’를 구성하여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대상 국가의 정부, 민간기업, 연구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아프리카 에너지 발전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에너지 협력이 활성화되어 아프리카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선도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