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상의 인사이드 아프리카] 검은대륙? ICT 신대륙?

2024-06-26 15:29
한국과 아프리카의 ICT 분야 협력 방안

[이진상 한국항공대학교 이진상 석좌교수]


지난 6월 4~5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렸다. 48개 아프리카국 대표단이 참여했고, 우리나라 정부는 2030년까지 아프리카 ODA(Overseas Development Assistant·대외원조) 규모를 1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다양한 원조사업이 확대될 것이며 이에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정보통신) 분야의 대(對)아프리카 교류 협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세계 ICT 시장의 변화와 아프리카
 
2023년 세계 GDP 105조 달러 중 ICT 분야는 6조 달러로 5.7%를 차지했다. 아프리카 GDP 3조1448억 달러 중 ICT 분야는 207억 달러로 0.65%에 불과했다. 아프리카의 ICT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은 아프리카 ICT 분야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한 지표이다.
 
최근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는 새로운 디지털혁명을 이끌고 있으며 IoT, 5G와 연결망이 확산되면서 자율주행차, 스마트 농업, 스마트 헬스, 스마트 도시 등 경제·사회 모든 영역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2023년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5150억 달러에 달했고 2030년에 2조2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엔디비아(NDIVIA)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ICT 강자 기업으로 부상하여 기업가치는 2023년 1월 이후 약 9배 상승해 최근 3조2000억 달러에 달해 애플과 비슷한 규모가 되었다. 세계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는 2023년 320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5620억 달러로, 5G 시장은 같은 기간 600억 달러에서 2조20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의 AI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50억 달러로 세계 시장의 1%에 불과했고, IoT는 168억 달러로 0.5%, 5G 시장은 3억4000만 달러로 세계 시장의 0.6%를 차지했다.
 
아프리카 전체 인터넷 사용률은 전체 인구의 37%(남부 아프리카 지역은 73%, 북부 아프리카는 67.8%에 이르나 동부 아프리카는 26.7%)로 세계 평균 인터넷 사용인구 비율인 66.2%의 절반에 불과하다. 세계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은 전체 소비자 시장의 19%를 차지하나 아프리카의 경우 324억9000만 달러로 아프리카 소비자 시장의 1% 수준이다. 세계 스마트폰 이용률은 90%에 이르나 아프리카는 24%에 불과하다. 이러한 아프리카의 낮은 ICT 지표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ICT 분야 발전이 저조한 원인은 여러 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디지털 인프라의 부족이다. 디지털 인프라는 전력 공급, 브로드 밴드 네트워크, 광케이블, 모바일 네트워크, 도시와 농촌 지역의 연결망을 포함한다, 이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재정 자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대부분 아프리카 정부는 세수가 한정되어 있으며 재정이 열악하고, ICT 관련 정책은 중장기적 ICT 발전을 도모하는 데 미흡하다.
 
둘째는 ICT 교육 및 훈련 기회의 부족으로 전문 인력이 모자란다. ICT 분야는 급변하는 관련 기술, 연결망, 사이버 보안, 데이터 분석 등 지속적으로 변화에 적응하면서 기술을 습득해야 ICT 유지가 가능하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는 교육 및 훈련 기관, 교사,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또한 기존 ICT 전문 인력이 외국 기업으로 옮기는 등 유출이 늘고 있어 인력 부족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셋째는 정부의 ICT 정책의 비효율성과 부재를 들 수 있다. ICT 분야 발전을 위해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재정 및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 ICT 관련 각종 규정과 법령, 데이터 보안 등 다양한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정부는 ICT 정책 담당자의 ICT 관련 지식이 한정되어 제도, 각종 규제, 규정, 법령 등 마련에 한계가 있다.
 
넷째는 ICT 분야 민간기업의 육성이 미흡하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업가 정신이 취약하다. 새로운 사업을 펼치는 데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제도적인 뒷받침이 빈약하다. 여기에는 대부분 자본시장이 낙후되어 투자자금 마련이 어려운 탓도 있다. 기업가 정신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계하는 비즈니스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교육과 훈련,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 조성이 큰 몫을 차지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품화하여 기업 활동으로 발전시키는 데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 정책과 경제 및 사회적 환경 조성이 중요하지만 아프리카에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기업 환경을 가진 국가는 드물다.
 
아프리카 ICT 분야가 낙후된 원인을 이용자 측면에서 살펴보자. 아프리카의 모바일 통신과 데이터 이용료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소득수준에 비해 사용료가 상대적으로 높다. ICT 인프라 설치 비용이 많이 들고, 수입된 기술로 고정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ICT 시장이 독과점으로 운영되는 것도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그 밖에도 아프리카 문화와 언어에 대한 다양성도 아프리카의 ICT 발전에 지장을 가져왔다. 새로운 기술을 배척하는 문화가 존재하며, ICT 시장의 분절화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아프리카의 불리한 ICT 환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ICT가 발달된 국가로는 케냐,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가나 등을 손꼽는다. 케냐의 모바일 뱅킹 이용률은 44.1%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 케냐의 핀테크(Fintech) 기업인 M-PESA는 아프리카 최대 모바일 뱅킹 기업으로 모두 7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르완다는 인구 1400만명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이나 정부의 ICT 육성 정책이 효과적이었다. 우리나라 기업이 국가 전체에 광케이블망을 설치했다. 아프리카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평가받는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2억3000만명의 인구로 내수 시장 규모가 크고, 정부 정책이 효율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나이지리아의 이커머스 기업인 주미아(Jumia)는 아프리카 14개 국가에 진출하여 아프리카 이커머스 시장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통신기업인 MTN은 아프리카 제1의 통신기업으로 아프리카 14개국 및 다른 6개국 등 모두 20여 국가에 진출했다. MTN은 나이지리아 통신시장의 35%를 점유할 정도로 여러 국가에서 활약하고 있다. 가나는 서부 아프리카의 ICT 기술 중심 국가로 도약하고 있다. 이러한 일부 성공 사례는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과 ICT 전문 인력의 공급 및 우호적인 사업 환경에서 비롯된다.
 
한·아프리카 ICT 교류협력 방안
 
우리나라의 대아프리카 ICT 분야 교류협력은 인프라 구축을 포함하여 교육기관에 ICT 관련 기관 설립 및 기자재 공급 등과 전자정부(E-government) 제도 구축, 주민등록제도, 출입국관리 제도, 국가 인구 및 경제 통계 제도 확립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전문 인력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이후 확대될 대아프리카 원조 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와 아프리카의 ICT 분야 교류협력은 대규모의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폭넓은 ICT 분야 교육 및 훈련에 대한 협력이다. 교육 및 훈련사업은 초·중등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ICT의 기본부터 전문지식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질적 향상에 관한 복합적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교사의 질적 우수성을 도모하기 위한 재교육 제도가 빈약하다. 급변하는 ICT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ICT 교육기자재 공급도 기술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고급 인력의 질적 우수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연구 및 전문가 교환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
 
두 번째는 정부의 ICT 정책 및 인프라 구축에 관련된 협력 사업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리학적 특성상 넓은 국토면적에 한정된 전력 공급 등이 ICT 확산에 장애 요인이 된다. ICT에 필요한 기술과 효율적인 정부 정책은 아프리카 국가의 ICT 능력 함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ICT 관련 제도와 관련한 여러 ODA 프로젝트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철저한 사후관리 대책을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제도적 보완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아프리카 국가의 ICT 분야 민간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과 합작사업 기회를 늘리는 일이다.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ICT기업의 합작사업은 아프리카 기업인과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톡, 쿠팡은 미국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AI, 스마트 농업, 스마트 공장, IoT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아프리카를 새로운 투자 지역으로 고려할 수 있다. 아프리카와 협력하는 데 한류(Korean Wave)와 ICT를 접목하여 인적 교류 확대로 연계하면 한 단계 높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는 2022년 1월 공식 출범한 AfCFTA(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와 더불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구하고 있다. ICT의 발전은 아프리카 역내 경제교류 활성화에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ICT 분야의 기술과 경험이 아프리카의 ICT 발전에 파트너 역할을 함으로써 아프리카 경제 발전을 가속화하고,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의 전략적 동반자 역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