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올 여름도 역대 가장 더웠다…열사병 사망자 연간 1300명

2024-09-03 10:06
해수 온도 상승으로 9~10월까지 무더위 가능성
태풍으로 습도 높아져 열사병 위험 더 커져

지난 달 도쿄 긴자에 있는 스프링클러 앞에 서 있는 시민들[사진=AFP·연합뉴스]


일본 기상청은 올 여름(6~8월)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76도 높아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통계가 작성된 1898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을 세웠다고 2일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연간 1000명 이상이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등 더위로 인한 건강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고온 지역으로 지난 7월 29일에는 도치기현 사노시가 41.0도를 기록했고, 8월 9일에는 미에현 구와나시에서 40.4도를 기록했다. 각지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 남쪽에서 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일본 열도가 8월에도 따뜻한 공기에 뒤덮여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지속됐다.

또한 최근 일본 인근 바다의 해수 온도 상승률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8월 하순 고온의 정점을 찍은 해수 온도는 9~10월까지 고온을 유지해 더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폭염으로 인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후생노동성 인구동태 통계를 보면 일본의 열사병 사망자 수는 2000년 200명 정도였으나 2018~2022년 5년 동안 연간 1300여 명으로 증가 추세다.

일본 총무성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7월 22~28일 1주일 동안 열사병으로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1만2000명이 넘는다. 이 중 23명이 사망하고 4442명이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였다.

특히 도쿄에서만 7월 한 달 동안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123명이었다. 한 달에 100명이 넘는 열사병 사망자가 나온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의 일이었다. 이 가운데 121명이 실내에서 사망했는데, 주요 원인은 고령자가 무더위에도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쿄소방청에 따르면 열사병으로 쓰러진 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긴급 출동 건수도 7월에만 총 9만 1614건으로, 통계가 남아있는 1936년 이후 최다였다.

최근 잇따른 태풍의 영향으로 열사병 우려가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습도가 높아져 땀이 잘 마르지 않아 몸의 열이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햇볕이 강하지 않더라도 더위로 인한 부담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 사망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더위로 인한 부담은 심장이나 호흡기 질환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무더위는 방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일본의 한 민간단체가 2020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일본 방문 경험이 있는 외국인의 55.0%가 일본의 여름 기온이 자국보다 높고, 68.0%가 일본의 여름 습도가 자국보다 높다고 응답했다. 또한 외국인의 절반 이상이 어지럼증과 안면 홍조 등의 열사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