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둔화에도 갈 길 간다"...현대차, 하이브리드·SDV로 '모빌리티 톱티어' 도약

2024-08-28 16:36
28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 중장기 및 미래 전략
2030년 555만대 글로벌 판매 목표, 2023년 대비 30% 확대
차세대 하이브리드로 성능과 연비 대폭 개선, 혼류 생산으로 수요 능동 대응
완충 시 9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신개념 EREV, 북미와 중국 시장 투입
2033년까지 10년 간 120.5조 투자...주주환원 확대해 '벨류업' 동참

(왼쪽부터)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 이승조 기획재경본부 전무,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사장,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 송창현 AVP본부 사장, 김흥수 GSO 부사장, 켄 라미레즈 글로벌상용&수소사업본부 부사장 등이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사진=현대자동차]


"전기차 대중화 시점이 지연되고, 시장의 전동화 속도 전환이 느려지고 있지만 현대차가 가야할 미래에 '전동화'가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전동화 준비에 총력을 다해 변함없는 글로벌 '톱 티어 리더십'을 구축하겠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8일 열린 '2024 최고경영자(CEO)인베스터데이'에서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로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래 모빌리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양대 축을 바탕으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나가겠다"면서 "현대차의 강점인 생산 유연성과 과거로부터 축적된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와 전기 차종에서 풀라인업을 구축해 장기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전동화 속도 둔화...차세대 하이브리드·EREV 차량으로 빈 틈 매운다
 
장 사장은 중장기 전략인 '현대 웨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계획으로 '현대 다이내믹 캐파빌리티'를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전동화 전환 속도 둔화에 대응하면서 기존에 확보한 역량을 바탕으로 전기차(EV)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우선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는 기존 시스템과 동등한 수준의 원가를 유지하면서 성능과 효율을 향상시켜 출력 및 연비 면에서 경쟁사 시스템 대비 뛰어나다. 또 스마트 회생제동, 차량 외부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 등 하이브리드 특화 프리미엄 기술도 적용해 상품성도 개선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2028년께 133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해 제안한 글로벌 목표치보다 40% 상향됐다.
 
글로벌 주요 거점 공장에서는 하이브리드 혼류생산과 부품 공급망 확보가 동시에 추진된다. 올 4분기 가동을 앞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는 아이오닉 5,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 등의 전기차 이외에도 하이브리드 차량이 생산돼 하이브리드 수요가 높은 북미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차량인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도 확대한다. EREV는 전기차와 같이 전력으로 구동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하는 차량이다. 신규 파워시스템(PT/PE)이 탑재돼 2개의 모터로도 사륜구동이 가능하다. 기존 엔진을 최대한 활용하고, 원가 비중이 높은 배터리 용량은 약 30% 축소해 동급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대비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REV에 전기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주행 상품성을 적용하고 완충 시 9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도록 해 전동화 전환의 가교 역할을 하게 할 방침이다.

EREV는 2026년 하반기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 판매된다. 우선 북미 시장에 현대와 제네시스 EREV 중형 SUV 차종을 출시해 연간 8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중국에서는 준중형 EREV를 출시해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다. 그 밖의 지역에 대해서는 향후 시장 상황에 맞춰 EREV 판매를 검토할 예정이다.
 
장 사장은 "하이브리드와 EREV로 시장에 대응하며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전동화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전기차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경제형 EV에서부터 럭셔리, 고성능까지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전기차 모델을 대중브랜드부터 럭셔리, 고성능 모델까지 21개로 확대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 배터리 내재화, 전고체 배터리 개발...전기차 경쟁력 확보 
 
전기차 성능 및 안전,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배터리 내재화도 적극 추진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신규 개발한다. 보급형 NCM 배터리는 니켈 비중을 조정함으로써 기존 NCM 배터리 대비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에너지 밀도 개선도 지속해 2030년까지 20% 이상 에너지 밀도를 높일 계획이다.
 
배터리 안전 관련 기술의 고도화도 꾸준히 추진한다. 기존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배터리 이상 사전진단 기술을 더욱 강화하고, 배터리 시스템의 안전 구조 확보에도 힘을 쏟는다. 특히 외부 충격 등으로 배터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배터리 셀 간 열전이를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할 예정이다.
 
배터리와 차제가 통합된 CTV(Cell to Vehicle) 구조도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부품이 줄고, 배터리 집적도가 개선돼 기존 CTP(Cell to Pack) 대비 배터리 시스템의 중량은 10% 감소하고 재료비는 절감되며, 냉각 기술 고도화를 통해 열전달 성능은 최대 45% 개선된다. 오는 12월 현대차 의왕연구소 내 완공 예정인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에서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지속한다.
 
◆SDV시대 개막...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 추진·로보택시 사업 확대
 
SDV(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개발과 다양한 모빌리티 신사업을 통해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도 주도한다.
 
우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데이터 수집과 AI 모델 학습 체계를 구축했으며,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차량제어 자율주행 컴퓨팅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 업체에 자율주행 차량을 판매하는 파운드리 사업도 추진한다.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적인 항목들을 플랫폼화해 개발하고,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모셔널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로보택시 서비스도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으로 확대한다.
 
현대차는 SDV 시대가 본격화되면 다양한 차량 내 서비스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사용자 중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오픈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이를 위해 고객 선호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중앙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2026년 상반기부터 양산 차량에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2026년 하반기에는 차량용 고성능 컴퓨터 기반의 전기·전자 아키텍처(컴퓨터 시스템)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Pace Car)를 공개하고 자율주행과 AI 기능을 구현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실증할 방침이다.
 
◆2045년 탄소대출 제로 달성...수소 경쟁력 강화

현대차는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 시대에 대응해 수소 에너지 사업자로서의 글로벌 리더십도 강화한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와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수소 생산 모델을 실증하는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미국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NorCAL ZERO, 노칼 제로)'의 공식 친환경 상용트럭 공급사로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30대를 공급했다.
 
이 밖에도 글로비스 아메리카와 협력해 조지아주 신공장 HMGMA에 친환경 물류체계인 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연내 도입하고 HMGMA를 중심으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트램, 선박, 경비행기, 발전기, 중장비 등 다양한 분야로 연료전지 시스템 라인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 안 줄이고 주주 가치 제고...2033년까지 120조 투자·분기배당 2500원 상향 
 
올해부터 오는 2033년까지 120조 50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달성하는 내용의 중장기 재무 전략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는 △R&D 투자 54조 5000억원 △설비투자(CAPEX) 51조 6000억원 △전략투자 14조 4000억원 등이다.
 
우선 전동화 전환기 가교 역할을 할 '현대 다이내믹 캐파빌리티' 실행에 전체 투자액의 77%에 달하는 92조 7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중 R&D 투자가 37조 4000억원, 설비투자가 50조 8000억원이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및 EREV 모델 개발, 배터리 경쟁력 확보 등에 투자한다.

'모빌리티 게임체인저' 전략에는 22조 1000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SDV 전환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와 같은 신사업 추진도 뒷받침한다. '에너지 모빌라이저' 전략에는 5조 7000억원을 투자하고 수소 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

주요 대기업 중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우선 2024년 귀속 연간 배당금부터 최소 배당금 1만원 정책을 시행해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주당배당금(DPS)를 지급한다. 또한 향후 3년간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해, 총 4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이를 통해 2025~2027년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기존 25%에서 10% 포인트를 더 높인 35%로 끌어올린다. 

현재 3년 평균 9~10% 수준인 자기자본이익률(ROE)는 2025~2027년 기간에 3년 평균 11~12% 수준으로 높일 예정이다. 또 2025년부터는 2500원의 분기 배당을 실시한다. 기존 분기 배당 2000원 대비 25% 상향된 금액이다. 또 자사주 매입과 소각 시 당해년도 총주주환원률(TSR) 범위 내에서 우선주 디스카운트(저평가)를 감안해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