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최장수 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아름다운 퇴장

2024-08-28 17:00
박종복 행장, 내년 1월 임기 만료와 함께 용퇴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SC제일은행'으로
취임 1년 만에 흑자 전환…토스뱅크 주주 참여

[사진=SC제일은행]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내년 1월 총 10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박 행장 스스로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퇴임 후에도 SC제일은행 고문으로 활동하며 은행의 발전을 지원할 예정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행장은 최근 주주와 이사회 등에 내년 1월 7일까지의 임기를 마치고 더 이상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행장은 탁월한 리더십과 SC그룹의 신뢰를 바탕으로 4연임에 성공하며 10년 동안 SC제일은행을 이끌어왔다. 현직 은행장 중에선 최장수이자 최다 연임이다. 국내 금융산업을 선도해온 토종 시중은행 행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글로벌은행의 은행장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해 행원 때부터 20여 년 동안 일선 영업 현장에서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다. 이후에도 PB사업부장, 소매금융총괄본부장(부행장) 등을 거친 영업 전문가로 손꼽힌다. 2015년엔 SC그룹의 한국 법인 설립 후 처음으로 한국인 은행장이 됐다.

박 행장이 은행명 변경 작업을 주도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전까지 SC그룹은 세계 각지에서 인수한 금융회사의 이름을 모두 그룹명으로 통일해왔다. 2005년 인수된 제일은행도 2012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개명했다. 그러나 박 행장은 95년 역사를 가진 제일은행의 전통과 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다른 시중은행이 가지지 못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SC제일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유일한 '하이브리드 은행'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SC제일은행이 그의 취임과 함께 성장을 거듭한 점도 눈에 띈다. 취임 1년 만에 적자였던 당기순이익은 흑자로 전환됐다. 외환위기 이전 국내 1위였던 제일은행의 역량에 SC의 글로벌 경영방식이 결합한 방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취임 당시 56조4317억원이던 자산은 2024년 상반기 기준 86조3955억원으로 53% 급증했다. 올 상반기 기준 당기연결순이익은 2040억원을 기록했다. 

박 행장은 SC그룹을 설득해 토스뱅크 주주로 참여하는 '의외의 선택'을 하기도 했다. SC제일은행은 현재 토스뱅크의 지분 7.75%를 보유하고 있다. 토스뱅크와의 협업은 재무적 관점에서 장기적인 수익뿐 아니라 전략적 가치로도 유의미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행장은 향후 토스뱅크와의 협업을 통한 비즈니스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토스뱅크의 강한 디지털 기반과 SC제일은행의 오프라인 점포 채널을 활용해 소매금융의 미래 성장전략과도 연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탁월한 소통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SC그룹의 지속적인 투자도 이끌어냈다. SC그룹에 대한 국내 철수설이 끊이지 않음에도 다른 외국계 은행과 달리 소매영업을 지속하는 것은 박 행장이 글로벌 본사, 임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한 덕분에 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10년간의 그의 노력으로 SC제일은행은 SC그룹 수익기여도 5위 국가이자 전체 수익의 7%를 차지하는 전략적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한편 SC제일은행은 조만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시작으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해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