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박빙 미국 대선 …앞으로 한달 반 '경합주' 표심에 주목해야

2024-08-29 20:41

[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최근 미국의 대선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해리스 부통령의 여론조사 우세가 보도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전당대회의 총격 사건이나 대선 후보의 교체 등 과거 미국 대선 과정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사건도 일어났다. 이래저래 올해 미국 대선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듯싶다. 과연 트럼프 후보와 해리스 후보 가운데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까?
 
미국 대선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라는 것이다. 선거인단 총수는 538명이다. 주별로 상원의원(주별 2명, 총 100명)과 하원의원 수(총 435명)를 더한 후 수도인 DC의 3명이 추가되어 총 538명이 되며, 바로 이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다. 따라서 주별로 할당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는가에 따라 미국 대통령이 결정된다. 흥미로운 것은 메인주와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48개 주와 DC는 ‘승자독식(Winner-takes-all)’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해당 주의 선거에서 한 표라도 이기는 사람이 해당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모두를 가져가는 구조이다. 따라서 전체 득표수에서는 이기더라도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질 수 있다. 실제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가 전체 득표수에서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를 앞섰으나(48.2% 대 46.1%)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 수에서는 뒤져(232명 대 306명) 대선에서 패하였다.
 
미국 대선의 두 번째 특징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주별 지지 정당이 좀처럼 바뀌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부의 캘리포니아나 워싱턴, 동부의 뉴저지나 코네티컷주 등은 지난 32년간 항상 민주당이 승리했다. 마찬가지로 중남부의 텍사스, 미시시피, 캔자스주 등은 계속 공화당을 지지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주의 대선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지지 정당을 바꾸지 않는 주가 대략 35개 안팎이다. 특히 가장 최근 3번의 대선으로 한정한다면 수도인 DC를 포함하여 42개 주가 민주 또는 공화당을 계속 지지해 표심이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지지 정당을 바꾸지 않는 42개 주와 DC의 선거인단 총수가 412명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231명, 181명을 확보하는 데 그쳐 어느 당도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위 상황에 따라서 지지 정당을 바꾸는 경합 8개 주(애리조나, 조지아, 플로리다, 아이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대통령 당선을 결정한다. 상대적으로 공화당 색채가 짙은 애리조나, 조지아, 플로리다, 아이오와, 오하이오 등 5개 주가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해도 선거인단 수는 270명에서 3~5명 부족하다. 결국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의 3개 주에서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들 3개 주의 선거인단은 44명으로 여기서 민주당이 모두 이기면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 확보가 가능하다. 만일 한 주라도 지면 다른 주(예를 들어 조지아 등)에서 승리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미국 대선의 이러한 특징을 알면 전국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 간 매우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이상 미국 대선 결과 예측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핵심 경합 주의 여론조사가 전국 여론조사보다 훨씬 중요하며, 또한 당선 예측에도 결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합 주의 여론조사 해석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숨은 표 때문이다. 경합 주 여론조사에서 종종 트럼프 지지층의 숨은 표가 조사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지지의 러스트 벨트 블루칼라 백인 중산층들이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대선에서 경합 주의 선거 결과를 보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트럼프 지지표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경합 주 중 하나인 위스콘신주 여론조사 결과는 바이든 후보가 51.7%로 트럼프 후보 43.6%를 약 8.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투표 결과는 바이든 후보가 0.6%포인트 차로 트럼프로 후보를 가까스로 이겼다(바이든 후보 49.5%, 트럼프 후보 48.8%). 이는 여론조사의 오차를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정도의 트럼프 후보의 숨은 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경합 주 여론조사도 그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 현재 주요 경합 주의 여론조사는 두 후보 모두가 오차 범위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어느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를 가늠하는 것은 너무 이르며, 어쩌면 선거 직전까지도 확연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보면 유권자 대부분이 선거 1~2주일 전에 후보를 결정하기보다 그전에 후보를 결정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투표 직전보다는 지금부터 10월 중순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경합 주의 표심을 누가 더 많이 얻느냐에 따라 이번 대선 결과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두 후보 모두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그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함께 정상회담 추진을 탐색하느라 여념이 없을 주요국 정책 당국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