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웨스팅하우스 심술에 '체코 원전' 수주 막판 고비

2024-08-27 16:57
체코 정부에 '한수원 원전 선정' 진정
2009년부터 웨스팅하우스 악연 시작
한수원 "소송·중재 적절히 대응할 것"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원전.[사진=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건설 수주에 반발하며 체코 정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형 원전이 자사 원천 기술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원전 수주 최종 계약을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한 데 대해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appeal)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제시한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자사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며 "한수원은 원천 기술을 소유하지 않고 있으며 제3자에 웨스팅하우스 허가 없이 2차 라이선스를 제공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문제도 언급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가 한국 원전을 도입하면) 미국이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한국에 빼앗기게 된다"며 "우리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일자리 1만5000개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미국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 6곳 가운데 하나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 신규 원전 수주를 놓고 줄곧 신경전을 벌여 왔다. 양사 간 악연은 2009년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첫 원전 수출 사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웨스팅하우스는 같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한수원은 웨스티하우스에 기술자문료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미국 측 승인을 받았다. 

2017년에도 APR1400 관련 지식재산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으며 2022년 10월에는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상대로 수출 통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법원은 수출 통제가 미국 정부 권한이라 민간 기업은 소송 자격이 없다고 기각한 바 있다.

한수원은 내년 3월까지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을 맺어야 한다. 웨스팅하우스와 빚고 있는 지재권 분쟁을 해결하고 미국 정부에 체코 원전 수출을 신고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소송과 중재가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 (웨스팅하우스가) 기존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며 체코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때도 동일한 주장을 한 바 있다"며 "체코 사업에 영향이 없도록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코 당국에서 요청하면 우리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체코 측과 긴밀히 소통·공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