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이의 다이렉트] 카자흐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까지…실크로드 중심지 오버랜딩 체험

2024-08-23 06:00
해발 2000km 산 넘어 카자흐스탄…SF 영화 속 외딴 행성에 고립된 느낌
비밀의 장소 품은 청록빛 '콜사이 호수'…거대한 독수리 인사하는 '카인디 호수'
1200만년 전 형성된 협곡 '차른캐니언'…길이 200km 붉은 사암의 독특한 구조
1000km 차로 달려 우즈베키스탄…중세 이슬람 건축·현대 인프라의 조화
골목 구석 보물같은 골동품가게 즐비…"안녕하세요" 인사 건네는 상인들도

카자흐스탄 오버랜딩 여행을 함께한 자동차가 콜사이호수로 가는 길목에서 출입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7월에 만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오버랜딩 여행. 수천㎞를 달려 해발 2000m의 산을 넘고, 직접 걸어서 국경을 넘기도 했다. 오버랜딩 차량으로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달리며 광활한 대륙의 웅장함에 압도되기도 하고, 실크로드 역사의 중심지에서 세계 각국의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험난하지만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값진 경험을 채워준 카자흐스탄에서부터 우즈베키스탄까지의 여행. 이번 여정은 중앙아시아 전문 현지 여행사 코리앤더와 여행 플랫폼 트립소다가 합작한 중앙아시아 여행 브랜드 웨이포인터스가 함께했다.
 
차에 짐을 튼튼하게 고정하고 오버랜딩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한다. [사진=김다이 기자]
 
◆ “오랜만이야, 알마티” 카자흐스탄 오버랜딩 여행의 시작

알마티 공항에 내리자 잊고 있었던 낯선 분위기가 다시금 떠올랐다. 2023년 알마티 공항에서 키르기스스탄 여행을 시작했을 때와는 어딘지 달라 보였다. 깔끔하고 세련된 공항 풍경. 알고 보니 2주 전 처음 운영을 시작한 ‘알마티 신공항’이었다. 그만큼 세계 각국에서 이곳 알마티를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9시. 짐을 풀고 저녁식사 겸 알마티 시내를 둘러보기로 한다. 20·30대 젊은 현지인들이 화려한 모습으로 라운지에 모여 있다. 흡사 청담동과 압구정을 방불케 하는 모습. 그곳에서 카자흐스탄의 새로운 문화 속으로 스며들어 본다.
 
다음 날 아침. 간단히 조식을 먹고 콜사이 호수까지 6시간 오버랜딩을 시작했다. 오프로드까지 거침없이 달려줄 오버랜딩 차량이 무사히 버티길 바라며 차에 묵직한 짐을 꽉 채우고 몸을 실었다.
 
블랙캐니언 협곡 [사진=김다이 기자]
 
역시 대륙 국가는 남달랐다. 출발하고 2시간은 황량한 사막에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렸다. 5시간가량 달리다 보니 저 멀리 웅장한 협곡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블랙 캐니언(Black Canyon)’이다. 수백만 년에 걸쳐 강물이 돌과 바위를 침식하면서 만들어진 깊고 좁은 계곡. 계곡 사이에 굽이쳐 흐르는 물. 그리고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거센 바람이 협곡 사이를 휘몰아친다.
 
아찔한 마음이 들어 손에 땀이 절로 쥐어진다. 그래도 이 순간을 놓칠 수 없다. 중심을 잘 잡고 셔터를 빠르게 눌러본다.
 
협곡을 지나 푸릇푸릇한 풀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숨어 있던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초원에 평화롭게 노니는 소와 양, 말을 타고 달리는 사람들까지 보인다. 휴대전화는 먹통이 된 지 오래. 길게 뻗은 길을 이정표만 보고 찾아간다. 그렇게 어렵게 도착한 첫 번째 목적지 ‘콜사이호수’. 숙소에서 오전 9시에 출발했는데 도착하고 짐을 푸니 오후 5시가 넘었다.
 
해발고도 1800~2700m에 자리한 콜사이호수. [사진=김다이 기자]
◆험한 산속에 숨은 보석 같은 호수
 
저녁을 먹고 잠시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콜사이호수에 갈 채비를 한다. 산속이라 그런지 저녁이 되자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며 비도 한두 방울 떨어진다. 태풍이 오는 걸까. 불안한 마음에 외출하기 전 모자와 신발 끈을 더 세게 조여본다.
 
숙소에서 콜사이호수까지는 차로 15분. 차를 타고 산속을 굽이굽이 돌아 해발 1800m까지 올라가니 차를 수십 대 세울 수 있는 주차장과 각종 상점이 보인다. 꼭대기에서 호수까지는 20분 가까이 걸어야 하는데 호수 초입부까지 사람을 태워주는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한국 돈으로 500원이면 셔틀버스를 타고 편하게 갈 수 있다.
 
푸른 나무들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콜사이호수. 여행 유튜버 희수투어가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그러나 우리는 걷는 것을 선택했다.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내려가다 보니 마치 캐나다를 연상케 하는 멋진 호수가 펼쳐진다. “와, 여기가 카자흐스탄이라고?” 어렵게 얻은 풍경인 만큼 더욱 소중하게 눈에 꾹꾹 눌러 담았다. 날씨가 좋았으면 저 멀리 있는 산그리메까지 보일 텐데 흐려서 아쉽다는 현지인들의 말이 들린다. 청록빛 호수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세가 여기까지 오는 힘든 시간을 보상해 주는 것 같다.

 
콜사이호수에서 관광객들이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호수 안쪽으로 들어가니 숲으로 연결된 작은 산책로가 보인다. 호수를 오른쪽에 두고 삐걱대는 나무 데크길을 밟으며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수와 이어지는 산책로 끝에는 더 넓게 펼쳐진 호수와 그 호수를 품에 안고 있는 산이 사람들을 맞아 준다.
 
북적이던 입구와 달리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가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준다. 낚시하는 사람들, 그저 의자에 앉아 잔잔한 호수를 지켜보는 사람들, 호숫가에 앉아서 명상하는 사람들까지 콜사이호수를 즐기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관광객들이 차른캐니언 2㎞ 트레킹 코스를 걷고 있다. 이들 너머로 거대한 암석 절벽이 펼쳐져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거대한 캐니언을 지나 말을 타고 호수를 찾아 모험을 즐기다
 
콜사이에서 다시 알마티로 돌아가는 길. 그곳에서 카자흐스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차른캐니언(Charyn Canyon)으로 떠났다. ‘작은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리는 차른캐니언은 약 1200만년 전 고대 지각 활동으로 형성된 곳이며 200㎞에 걸쳐 뻗어 있는 거대한 협곡이다. 높이 150~300m에 달하는 절벽과 수백만 년 동안 바람과 물에 의해 조각된 독특한 암석 구조를 바라보면 그 웅장함과 거대함에 압도된다.
 
차른캐니언 꼭대기에는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몰아친다. [사진=김다이 기자]
 
붉은 사암 암석들이 줄지어 있는 캐니언 사이 2㎞는 트레킹을 하며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여 독특한 지질학적 형상을 눈에 담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차른캐니언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래로 내려가 암석을 올려다보면 SF 영화 속 외딴 행성에 고립된 듯한 기분이다.
 
카인디호수로 가는 길목에 관광객을 태우기 위한 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말을 타고 물을 건너 3㎞가량 산을 오르면 비로소 카인디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차른캐니언에서 나와 다음 모험 장소 ‘카인디 호수’를 향했다. 현지 언어로 ‘자작나무’를 의미하는 ‘카인디 호수’는 1911년 대지진으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계곡이 막혀 형성된 인공 호수다.
 
카인디 호수로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산속을 걸어서 가거나 말을 타고 간다. 중앙아시아에 왔는데 말을 안 타고 가면 섭섭하지 않겠는가. 시간을 아낄 겸 우리 일행은 말을 타고 가는 것을 선택했다. 산속으로 이어진 길을 말을 타고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산 너머 풍경과 계곡물이 흐르는 곳까지 한눈에 담긴다. 고개 하나를 넘었더니 나무 사이로 청록색 호수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자작나무가 호수 위로 자라나는 모습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김다이 기자]
 
호수 근처에 있는 독수리. [사진=김다이 기자]
 
카인디 호수는 청록색 물과 수면 위로 드러난 침수된 나무들로 유명하다. 이 나무들은 마치 수중 정글을 이루는 듯 신비로운 풍경을 담고 있다. 호숫가에는 거대한 독수리가 눈을 가리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야생에서 살아남은 거대한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겁이 날 만큼 용맹스럽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사진=김다이 기자]
 
◆카자흐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했다. 차로 이동한 거리만 1000㎞ 이상. 국경을 넘기 위해 5곳에서 검문을 받았다. 아침에 출발했는데 우즈베키스탄 숙소에 도착하니 밤이 되었다. 삼엄한 국경 경비에 긴장했던 몸은 한인 호텔에서 풀었다. 한국어가 유창한 우즈베키스탄 직원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늦은 시간이지만 한식 뷔페도 준비돼 있다.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김치볶음밥과 된장국, 종류별로 준비된 각종 나물까지 낯선 타국에서 한국의 정이 느껴진다.
 
관광객들이 타슈켄트 텔레비전 타워에서 시내 전망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는 여러 역사적·문화적 명소를 다양하게 품고 있다. 텔레비전 타워에 오르니 타슈켄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높은 건물이 없는 타슈켄트는 사방이 탁 트여 있다. 역사적인 건축물과 현대적인 인프라가 조화를 이루는 이곳에서는 다양한 색채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푸른색 돔 모양의 전통 건물과 건물 사이로 흐르는 초록빛 강이 과거와 현대를 이어주는 다리 같다.
 
거대한 규모의 초르수 바자르. [사진=김다이 기자]
초르수 바자르에서 상인이 과일 무게를 재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타워 인근 초르수 바자르(시장)에는 상인들이 저마다 소리를 외치며 물건 팔기에 여념이 없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이곳은 과일과 고기, 견과류 등 각종 식재료를 판매한다. 특히 일조량이 좋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과일을 맛볼 수 있다. 18㎏에 달하는 거대한 수박은 우리 돈으로 단돈 4500원. 아기 주먹만 한 큼직한 살구는 새콤달콤한 단맛이 일품이다.
 
부하라의 모스크 사원과 광장. [사진=김다이 기자]
 
◆ ‘실크로드의 문명지’ 부하라에서 만난 소녀
 
다음 날 1박 2일간 부하라 여행을 위해 고속열차 아프로시압(Afrosiab)에 몸을 실었다. 기차 안은 KTX 특실처럼 넓고 쾌적했다. 타슈켄트에서 4시간 달려서 도착한 부하라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수백 년 세월을 간직한 건물들이 도시의 역사를 가늠하게 했다. 구도시는 3층 이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없어서 마을 전체가 한눈에 담겼다.
 
약 2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부하라는 동서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무역 중심지로 다양한 문화와 제국의 영향을 받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서 깊은 도시로 중세 이슬람 건축과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부하라에서 그림을 그려 판매하는 화가. [사진=김다이 기자]
 
장인이 그릇에 그림을 새겨 넣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상점 거리. [사진=김다이 기자]

부하라 골목 구석구석에는 보물 같은 장소가 숨어 있다. 골목 끝 초르 미노르 앞에서 만난 작은 골동품 가게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물건들이 즐비하다.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그림을 새겨 넣은 그릇들에는 그들의 문화와 예술, 전통이 가득 담겨 있다.
 
건물들이 형형색색 빛나는 부하라의 밤. [사진=김다이 기자]
  
저녁이 되면 도시 전체가 낭만적인 분위기로 변신한다. 전통을 간직한 건물을 비추는 은은한 조명들. 거리는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했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많은 이들이 낯선 타지에서 온 우리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한국에서 일했다며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는 상인들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여행 가이드를 자처한 우즈베키스탄 12세 소녀 자니굴. 한국어와 함께 5개 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사진=김다이 기자]
 
부하라 여행은 현지 가이드와 그의 딸이 함께했다.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12세 소녀 자니굴은 한국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소녀였다. 자니굴은 유적지나 박물관에서 한국어 통역을 도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와 한국 음식을 이야기하며 우즈베키스탄과 부하라에 대해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자니굴은 “한국을 여행하는 것이 꿈”이라며 경비행기에 몸을 싣는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