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열대야' 말라죽는 채소, 가축·어류 폐사...추석 물가관리 '비상'

2024-08-18 16:44
고온·폭우에 누적…가축 전염병 확산 가능성도 존재
배추 방출량 확대 등 이달 추석 민생 안정 대책 발표

지난 8일 해발 1000∼1200m에 있는 국내 최대의 고랭지 배추 생산단지인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안반데기에서 작업 인부들이 병해충 방제작업 등을 하고 있다. 이곳 배추는 9월 상순께 집중적으로 출하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한 달 앞두고 정부가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폭염에 초(超)열대야까지 겹치면서 배추와 오이 등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고 닭과 돼지의 집단 폐사까지 이어지면서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배추 1포기의 소매가격은 6806원으로 전달보다 40.97% 올랐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는 15.45% 상승했다. 또 다른 대표적 고랭지 채소인 무 가격도 1개당 3170원을 기록해 1년 사이 9.35% 뛰었다. 

배추와 무 등 고랭지 채소뿐 아니라 나머지 채소의 가격도 심상치 않다. 오이 소매 가격(10개)과 애호박 소매 가격(1개)은 전년 대비 각각 10.09%, 11.57% 올랐다. 파프리카(200g·23.17%), 풋고추(100g·22.61%), 당근(1kg·26.25%) 등 대부분 채소의 소매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채소 가격 상승은 6월부터 폭염과 폭우가 반복된 탓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8월 여름 배추는 잦은 비와 고온으로 생육 불균형과 병해·바이러스 등이 발생해 작황이 지난해보다 부진하다"며 "8~9월 출하되는 고랭지 지역의 무 역시 6월 고온과 7월 돌풍으로 작황 상태가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금도 역대 최장기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장기화된 열대야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이날까지 서울과 부산이 각각 28일, 24일 최장기간 열대야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처서(22일) 부근에도 동풍의 영향으로 기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보했다. 이 경우 채소류의 출하량이 지금보다 줄면서 가격이 더 뛸 것으로 보인다. 

닭·돼지 등 가축과 양식 어류의 폐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폭염에 따른 폐사 가축수는 돼지 5만 마리, 가금류 85만 마리 등 총 90만 마리에 달한다. 양식장에서 기르는 어류도 140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럼피스킨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동물 전염병의 확산 가능성도 남아 있다.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시장에 불안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는 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추석 성수품 공급을 확대하는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채소류 방출 물량도 확대한다.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 물량 부족이 예상되는 8월 중·하순에는 일 최대 400t까지 비축물량을 방출할 계획이다. 또 마트에 30% 할인된 가격으로 배추를 직접 공급하는 등 총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