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주 만에 다시 살아난 연착륙의 꿈…시선은 잭슨홀 회의로

2024-08-18 14:32
미국 소매판매 지표 호조, 인플레이션 지표는 둔화
경기 침체 우려 대신 연착륙 기대감 커져
이번 주 잭슨홀 회의서 파월 의장 발언에 주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고용지표 부진에 산산조각 나는 듯했던 연착륙의 꿈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번 주 있을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에서 그간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영향을 진단함과 동시에 금리 인하 전망과 함께 미국 경제의 강력함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0% 증가하며 예상치(0.4% 증가)와 전월치(0.2% 감소)를 모두 상회했다. 소비는 미국 경제 3분의2를 차지하는 주요 영역으로,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현재 소비력과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잣대이다.

또한 같은 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만7000명으로 예상치(23만6000명)를 밑돌았다. 해당 지표는 지난 1주간 실업수당을 처음으로 청구한 사람의 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수치가 높으면 실업 증가, 수치가 낮으면 고용 증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 소비 및 고용 지표 모두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며 이달 초 7월 비농업 고용지표 부진 이후 제기된 경기침체론이 사그라들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7일 보고서를 통해 소매 및 고용 지표 호조를 반영해서 향후 12개월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종전 25%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내달 6일 발표될 8월 고용지표는 "상당히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다시 15%로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1년 가까이 15%로 유지해 왔으나 이달 초 고용지표 부진 여파에 이를 25%로 상향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도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난 14일 발표된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9% 증가를 기록하며 2021년 3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로 내려왔다.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한층 가까워진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 전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상승세가 둔화하며 인플레이션 안정 기대에 힘을 더했고, 이는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금리 인하 기대로 이어졌다. 금리 선물 시장 내 반영된 연준의 금리 전망을 측정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연준이 내달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현재 75%이고 50bp 인하 가능성은 25%에 달한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금리 동결 전망은 사라졌다.

견조한 소비와 함께 인플레이션 둔화 및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함에 따라 미국 경제가 큰 충격 없이 순항할 것이라는 연착륙 기대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7월 비농업 고용지표 부진에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컸지만 이후 발표된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연착륙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2주 전 경기 침체 우려 속에 2% 이상 하락했던 미국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지난 주간에는 4% 가까이 급등하며 주간 기준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증권사 찰스 슈왑의 조 마졸라 트레이딩 및 파생상품 전략가는 "많은 공포와 두려움이 사라졌다"며 "경제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지만, 이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이미 예상되던 바"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이 와중에 시장의 시선은 오는 22~24일 있을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을 향하고 있다.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은 1978년부터 미국 와이오밍주의 시골마을인 잭슨홀에서 매년 여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주도로 열리는 경제 회의로, 파월 의장을 비롯해 세계 주요 중앙은행장들과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 기조 연설을 통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했던 적이 있는 만큼 올해 회의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회의는 '통화정책의 효율성과 전이성에 대한 재평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가운데 2022년 초부터 지난해 7월까지 연준이 5%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상한 데 따른 영향을 되돌아보고 향후 금리 인하 일정을 제시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미국 경제를 둘러싸고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던 만큼 파월 의장은 기조 연설을 통해 미국 경제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저력에 대해 설파할 전망이라고 경제 전문지 배런지는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7월 FOMC 회의에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파월이 이번에 "고용시장의 '예상치 못한 부진'이 발생한 이후 대처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피하기 원한다고 언급한다면 더욱 강한 금리 인하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