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로' 오유진 "BJ 썬자役, 두렵기도 했지만…스펙트럼 넓어졌다"
2024-08-15 14:18
주로 교복을 입은 학생 역할을 도맡았던 오유진은 위험한 '낚시 방송'을 즐기는 BJ 썬자 역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였다. 기존의 이미지를 깬 오유진은 더욱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었고 그가 가진 다양성과 가능성을 상기시켰다. 그의 '내일'을 기대할 수밖에 없도록.
드라마 '타로: 일곱장의 이야기'(극본 경민선·연출 최병길)는 한순간의 선택으로 뒤틀린 타로카드의 저주에 갇혀버리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각 다른 7개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공유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오유진이 타이틀롤을 맡은 6번째 에피소드 '피싱'은 위험한 방송으로 인기를 얻은 BJ 썬자가 누군가의 덫에 걸리며 걷잡을 수 없는 광기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다.
"사실 '썬자'를 준비할 때 두려운 마음도 있었어요. 처음 맡아보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 '어색해 보이면 어쩌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처음 대본 리딩부터 현장에서까지 작가님, 감독님께서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밀고 나갈 수 있었어요. 방송을 보니 '아, 나 이런 캐릭터도 잘해 낼 수 있구나!'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주변의 반응도 뜨거웠다. 오유진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캐릭터들과 상이하게 다른 '썬자'는 팬들은 물론 그의 지인들까지 감탄하게끔 했다.
"방송 후 주변에서 많이 연락해 주셨어요. '그동안 봤던 모습과 너무 다르다'면서 연기 잘 해냈다고 칭찬해 주셔서 안심이었어요. 친구들은 '어서 옷 여미라'라고도 하고요. 하하."
앞서 언급한 대로 '썬자'는 오유진이 그동안 연기해 왔던 캐릭터와는 다른 결을 가졌다. 강렬한 역할에 대한 고민과 부담도 컸겠지만, 갑작스러운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우려도 있을 법했다.
"초반에는 조금 걱정도 했어요. '너무 갑작스럽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같은 느낌으로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고 '썬자'도 그런 도전 중 하나였어요. '썬자' 캐릭터에 임하면서 그런 걱정들도 사라지더라고요."
오유진은 '썬자' 캐릭터가 마냥 비호감으로 느껴지지 않기를 바랐고 캐릭터의 빈 곳들을 자신의 해석으로 채워나갔다.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믿고 (캐릭터를) 맡겨주신 건데. 정말 제대로 해내고 싶었어요. '오유진만의 썬자를 만들자'고 생각했고 제 해석을 캐릭터에 곁들이기 시작했죠. 자칫하면 '썬자'는 비호감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사랑스러운 이미지, 인간적인 모습들을 곁들이려고 했어요."
'썬자'는 독특한 톤을 가진 캐릭터면서 동시에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실적인 느낌을 주는 인물이다. 오유진은 '썬자'를 개성 강한 인물로 그리면서 동시에 어딘가에서 보았을 법한 인물로 표현했고 BJ 특유의 감성을 맛깔나게 살렸다.
"인터넷 방송을 많이 참고했어요. 여러 여성 BJ의 방송들을 보면서 각각 개성 있지만 한편으로 일관된 부분을 찾아냈고 그런 점들을 '썬자'에게 입혔죠. 참고할 점들만 뽑아내어 제 색을 입히는 작업이 중요했어요."
'썬자'의 매니저 '경태' 역을 맡은 개그맨 겸 배우 김기리와의 호흡도 인상 깊었다. 짧지만 차진 호흡과 케미스트리로 더욱 생동감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김기리) 오빠와 (촬영이) 짧았지만 정말 편안하게 찍을 수 있었어요.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제가 다가가기 편하게끔 해주셨거든요. 감독님께서 자연스레 (김기리와) 애드리브를 주고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김기리가) 편안하게 만들어주셔서 함께 장면들을 만들 수 있었어요. 가끔 서로 합의 안 된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는데 호흡이 척척 맞는 거예요. 하하. '티키타카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애드리브에 관한 이야기도 더욱 자세히 나누었다. 오유진은 드라마의 오프닝 장면을 언급하며 "첫 장면인 자동차 판매점 신은 모두 애드리브"라고 말해 놀라움을 더했다.
"'썬자'가 인터넷 방송을 하는 장면인데 정말 모든 게 애드리브였어요. 원테이크로 쭉 찍었죠. 걸어 들어가는 장면부터 자동차를 탕탕 두드리고 (김기리) 오빠와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 계산하고 리허설도 많이 했어요."
그는 너무 실감 나는 욕설 연기로 오해를 얻기도 했다며 웃었다. 최 감독은 오유진에게 "(욕을) 처음 하는 게 아닌데?"라며 그의 능숙함에 감탄하기도 했다는 후문.
"감독님께서 '썬자'의 자유로운 성격을 강조하면서 '편안하게 나오는 대로 해보라'고 하셨어요. '대사 중간중간에도 그냥 마구 자연스레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셨어요. 살면서 이렇게 욕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하하하. 억눌려 산 건 아닌데. 욕설 연기를 하고 나니 해방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짧았지만 베테랑 배우 이문식과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이문식은 5화 '고잉홈'의 주역으로 의뭉스러운 택시 기사 '두철'을 연기한바. 6화의 연결고리로 등장해 오유진과 신경전을 벌이며 짧은 만남을 가진다.
"이문식 선배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눈빛, 호흡 하나하나에 그 연륜이 느껴져요. 짧은 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장면이었어요. 선배님께서 편안하게 대해주셨고 '썬자'라는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게끔 도와주신 것 같아요."
오유진이 출연한 6번째 에피소드 '피싱'은 '전차 카드'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타로는 정방향과 역방향이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어 큰 해석의 차이를 가지기도 한다. 극 중 등장하는 '전차 카드'는 정방향에서 '승리' '성공' 등의 의미를 가지지만, 역방향은 '통제 불가능' '좌절'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 인생에서 '전차 카드' 정방향의 시기를 따진다면, '타로'가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단편 경쟁 부문에 오르게 된 일인 것 같아요. 정말 뜻깊은 일이고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페스티벌에) 참석하지 못했더라도 자랑스러운 일인 건 분명하니까요. 사실 제 오랜 꿈이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는 것이거든요? '타로'로 인해 (목표의) 절반은 이루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하하. (칸 국제영화제를) 다음 목표로 삼겠습니다."
그렇다면 오유진에게 '전차 카드'의 역방향 즉 좌절의 시기는 어느 때였을까? 그는 잠깐의 고민 후 드라마 '다크홀'이 끝난 뒤 공백기를 가지며 심적으로 좌절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여신강림' '다크홀'을 연달아 찍고 주·조연까지 맡게 되면서 '아, 앞으로 이렇게 쭉 (연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공백기가 생기면서 좌절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배우들에게 공백기는 어쩔 수 없다고 되뇌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어요.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백기가 오더라도) 실력을 쌓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2018년 웹드라마 '연애공감' 이후 어느새 데뷔 5년을 맞았다. 그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며 여전히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처음 단편영화, 독립영화를 찍을 때는 혼자 캐리어를 끌고 전국 곳곳을 다녔어요. 정말 일만 했었던 것 같아요. 이후 소속사를 들어오고 오디션을 보고 작품들을 맡게 되기까지 정말 한 계단씩 올라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잘 버틴 것 같아서 스스로 대견하기도 해요. 솔직히 예전에는 '연기자'로서의 욕심보다, '유명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연기를 잘하고 싶어요. 더 많은 캐릭터,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고요. (데뷔 때보다) 내적으로도 단단해진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오유진은 향후 계획들과 함께 다음 작품으로 또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면 '이뤄내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타로' 이후 휴식기를 가졌는데 하반기는 다시 열심히 오디션도 보고,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백수 생활 청산하고, 본업 모먼트를 보여야죠! 하하. 다음번에 (차기작으로) 인터뷰할 때까지 이뤄내고 싶은 소소한 목표로는…영어 회화에 능숙해지고 싶어요. 이렇게 말해놓았으니 (약속을) 지키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