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식이 삼촌' 송강호 "실망 시켜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안주하고 싶지 않다"

2024-07-07 16:45
드라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즈니+ '삼식이 삼촌' 배우 송강호 [사진=디즈니+]
한국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미국 LA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에서 회고전까지 개최하며 글로벌 팬들을 사로잡은 배우 송강호가 데뷔 35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영화에서 활약해 왔던 송강호이지만 16부작이라는 긴 호흡은 처음 도전했던 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을 통해 만난 송강호는 시청자들에게 낯설면서도 신선한 감각을 일깨웠다.

"긴 호흡의 작품을 마치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사실 배우가 자기 연기를 본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16부작을 모두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16부작을 소화한 소감도 전했다. "영화는 영화만의 매력이 있지만 드라마도 드라마의 매력이 있더라"고 말문을 연 그는 '연기'에 있어서 새로이 알게 된 점들을 곁들여 설명해 주었다.

"영화가 2시간 내외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인물의 서사나 입체감을 임팩트 있게 전달해야 한다면 드라마는 조금 더 섬세하고 세밀하며 체계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리적으로 시간도 충분하고 풍성하다 보니까요. 그런 지점이 드라마가 가진 장점이었던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 디테일에 더 많은 신경을 썼고요."

극 중 송강호는 '삼식이 삼촌'을 연기했다. 본명은 박두칠이나 '삼식이 삼촌'으로 자주 불리는 그는 전쟁 중에도 자기 식구, 친구, 친척 그 누구도 굶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식이 삼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길을 개척해 내는 그는 선인도, 악일 수도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끌어냈다.

"'삼식이 삼촌'은 나쁜 사람이지만 진짜 속내만큼은 따뜻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단면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속마음이 나오면서 그런 (입체적인) 면모를 잘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즈니+ '삼식이 삼촌' 배우 송강호 [사진=디즈니+]

'삼식이 삼촌'은 육사 출신으로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김산'(변요한 분)에게 매료된다. 미국의 풍요로움을 직접 목격하고 군인 대신 경제 관료의 길을 택한 '김산'과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자 애쓴다.

"삼식에게 김산은 열정을 쏟을 만한 상대였다고 생각해요. 삼식이어떻게 돈을 모았을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험한 일을 하면서 부(富)를 쌓았을 거라고 봐요. 말하지는 않았지만 삼식이도 꿈꾸는 세상의 모습이 있었을 거고 그걸 김산이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었겠죠. '짝사랑'이라는 표현을 쓰시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열정'을 쏟는 상대라고 봅니다."

어린 시절부터 '삼식이 삼촌'과 함께해왔던 차기 지도자 후보 '강성민'과의 관계에 관해서도 정리했다. "증오하지만 버릴 수 없는 존재"라고 표현한 송강호는 '강성민'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측은지심을 표현했다.

"강성민이 있었기에 지금의 삼식이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강성민의 집안이 삼식이의 목숨을 구제해 주잖아요. 하지만 (삼식이 삼촌을) 이용만 하고요. '애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 14부쯤인데 강성민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는 삼식이의 얼굴이 복합적 감정을 담아냈다고 봐요. 죽도록 미워했지만, 그가 떠나는 모습을 볼 때의 슬픔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네요. 연민이었을까요?"

송강호는 이번 작품에서 만난 변요한, 이규형, 진기주 등 후배들과의 연기 호흡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스스로 "드라마로는 후배"라고 농담을 건네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점을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후배들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거침없구나' 하고 느꼈어요. 연기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더군요. 앞으로 쭉쭉 내달리는 모습이 멋졌고 그걸 지켜보며 많이 배웠어요. '드라마 연기는 저런 게 필요하구나' '거침없이 열정적이어야 하는구나' 깨달음이 있었어요. 변요한, 이규형, 진기주, 서현우 모두 잘 해내 주었고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디즈니+ '삼식이 삼촌' 배우 송강호 [사진=디즈니+]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졌다. 삼식이 삼촌이 죽음을 맞았다는 일반적 해석과 달리 일각에서는 "박두칠이 죽기 전 장두식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신이나 박두칠이 끌려가면서 '너 이등병이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가 도망칠 수 있는 요소를 남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장두식 장군의 대사가 조금 헷갈리게 느껴지기도 하죠? 이등병이 끌고 나가는 점도 그렇고요. 저 역시도 이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혹시 모르니까 마지막 기공식 장면에서 인파 속에서 삼식이 삼촌이 선글라스를 쓰고 씩 웃는 장면을 넣으면 어떠냐고 제안도 해보았어요. '찍어놓고 안 어울리면 빼자'고요. 하하하. 언젠가 (크랭크업 전에는) 불러 줄 거로 생각했는데 안 불러줬네요. 시즌 2는 가망이 없습니다. 감독님께서 다 뜻이 있었겠죠. 공식적으로는 삼식이 삼촌은 죽었습니다."

송강호는 '삼식이 삼촌'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남긴 점들을 언급했다. "완전히 새롭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드라마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삼식이 삼촌'은 이런 긴 호흡과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가 주는 입체성을 조율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에요. 제게도 낯선 점들이 있었고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드라마도 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다만 영화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하하. 요즘 영화 시나리오가 안 들어올까 봐 조마조마하거든요. 영화는 영화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아시죠? 하하."
디즈니+ '삼식이 삼촌' 배우 송강호 [사진=디즈니+]

앞서 언급한 대로 송강호는 글로벌 씨네필들에게 칭송받는 글로벌 배우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미국 아카데미 박물관에서는 송강호의 회고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성과들이 앞으로의 연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겸손하게 일관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 대단한 경험들이 제 연기에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거기에 갇혀있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제가 연기를 하는 동안 또 다른 좋은 일들이 벌어지고 벅찬 감동을 하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수상들과 경험으로 인해 (좋은 성과가) 목적이 되어버린다면 어떻겠어요? 연기는 결국 소통이고요. 저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양과 이야기를 통해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그게 제 연기의 '목적'이길 바랍니다."

199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해 어느새 35년째 연기를 하고 있다. 송강호는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설명했다.

"연기는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두렵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이에요. 어쩌다 보니 '국민 배우' '충무로 대표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는데 그 수식어에 대한 부담보다는 관객들을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부담이 더 크죠. 안주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