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가 자동차 업계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의 대응 방식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배터리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며 소비자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반면, 수입차 브랜드들은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는 BMW코리아가 최초로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이후 벤츠코리아, 볼보코리아, 폴스타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폭스바겐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 등은 여전히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BMW를 시작으로 수입차 업계 전반이 자발적으로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비공식 공개 방침을 변경하고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EQC에는 LG엔솔 배터리가, EQB 모델에는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EQA 모델은 트림별로 CATL과 SK온 배터리가 혼합돼 있으며, EQE 300시리즈에는 CATL 배터리가, 나머지 트림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다. EQS는 최근 인천 청라 화재 사고를 일으킨 EQS 350 모델만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하며, 나머지 전 트림에는 CATL 배터리를 탑재한다.

벤츠코리아는 이날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공식 입장도 밝혔다. 회사는 "당국의 조사에 협력하여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화재 사고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14일부터 전국 75개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벤츠 전기차에 대한 무상 점검을 할 예정이다.

볼보코리아는 공식 앱을 통해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 모델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되었다고 공지했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본사의 최종 승인이 필요해 정보 공개가 다소 지연됐으나, 앞으로도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를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스타는 최근 폴스타4를 출시하며 CATL사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장착했다고 발표했다. 폴스타2에는 중국 CATL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됐으며, 국내 판매분에는 전량 LG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폭스바겐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 등은 여전히 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현재 독일 본사에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고 배터리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본사는 한국의 특수 상황을 고려하여 공개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우디코리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 법인이 본사에 배터리 공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도요타코리아는 렉서스 RZ 모델의 전기차에 파나소닉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별도의 추가 공개는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조만간 홈페이지를 통해 배터리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9일과 12일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신속히 공개하며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10종 중 코나 일렉트릭에만 중국산 CATL 배터리가 장착됐고, 나머지 9종 차량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현대차는 국내 배터리를 사용하며 중국산 배터리보다 높은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최근 한국 정부가 전기차 화재 재발 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한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나머지 수입차 업체들도 신속히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해 소비자들의 걱정을 덜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정보 공개는 투명성을 높이는 중요한 조치"라며 "각 브랜드가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정보 공개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