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실리콘밸리 큰손들에 러브콜...얼어붙은 관계 깨기"

2024-08-12 17:57
'정치 고향' 샌프란시스코서 기술업계 인사들과 접촉 시작
진보 성향 기술계 인사들 '반색'..."기술업계 우경화 우려"
해리스, '임원들 전화 돌리며 눈도장'...가상화폐 업계에도 손 내밀기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실리콘밸리 '큰손'들과의 냉랭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모금행사를 여러 유명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마쳤다. 행사에는 억만장자 투자가인 톰 스타이어, 리즈 시먼즈, 첨단기술 분야 전문 투자가인 존 도어와 레이드 호프먼, 서부의 재벌가인 게티 가문 인사 등이 함께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페어몬트 호텔은 약 700명이 몰려들었고,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행사로 인근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1300만 달러(약 178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캠페인 당시 이 지역 인사들의 기부를 받지 못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라고 NYT는 전했다.

실리콘밸리 인사들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한층 적극적인 자세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사로 정치 경력을 쌓으면서 역내에 위치한 실리콘밸리 유명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다. 셰릴 샌드버그 전 메타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도 개인적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날 행사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으나, 최근 들어 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을 중심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퍼지고 있다. 틸은 2016년 대선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으며, 현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의 든든한 뒷배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올여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형 투자가인 데이비드 삭스의 자택 인근의 퍼시픽 하이츠에서 모금 행사를 열고 1200만 달러를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를 불편하게 여긴 가상화폐 업계는 한층 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마음이 기운 상태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가상화폐 행사에서 재집권 시, 업계 규제를 추진한 개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고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비트코인 정부 보유량을 유지하겠다는 등 친가상화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일부 진보 성향의 실리콘밸리 인사들은 삭스 등 업계 우파 인사들이 일제히 트럼프에 지지를 표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은 바이든 캠프가 실리콘밸리 표심에 긴밀히 반응하길 바랐으나, 적극적 행보가 따라오지 않아 답보상태에 놓였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후 새롭게 후보로 선출된 해리스 부통령은 이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기술업계 임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고 NYT는 전했다. 아울러 해리스 캠프는 가상화폐 업계를 대상으로 이달 안에 한 번 더 모금행사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